[단독]“대북외교 성과 내지 못한 아베, 한국에 보복 수출 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6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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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 일본전문가 양보장 중국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장 인터뷰
“외교무능 아니다 보여주려 한국에 강경 정책, 오히려 북일관계 멀어질 것”
“일본 수출규제, 화웨이 등 중국에도 피해, 일본에 부정 영향 훨씬 깊고 클 것”
“아베는 작은 사이즈 트럼프, 정치외교 문제에 경제보복은 잘못”
“시간 끌게 될 WTO 제소보다 한일 직접 대화해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과 관계 개선을 원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했어요. 그러자 일본 국내에서 아베 정부에 대한 압력이 생겨났습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양보장(楊伯江) 일본연구소장은 ‘한일 간 충돌이 누구의 잘못이 일어난 것인가’라고 묻자 “과거사 등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의 오랜 이견으로 일어난 것”이라면서도 “이외에 현실적인 요인이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에 대해 일본의 우려 심리가 존재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소장은 중국에서 일본 문제에 가장 정통한 전문가로 평가된다. 인터뷰는 12일 베이징(北京)의 일본연구소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북 외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아베 정부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라는 강경한 정책을 통해 외교적으로 무능하지 않다는 걸 과시해 21일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입니다. 이것이 보복성 조치의 배경입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는 “오히려 북-일 관계를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이미 일본의 조치를 비판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해놓은 상태이지만 이런 식이면 대화는 물론이고 북-일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고 북-일관계는 단기간 안에 희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결국 일본이 바라는 바와 정반대 결과가 될 것(适得其反)”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삼성 등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적 측면에서 전 세계 공급망에 파동을 일으키고 피해를 입힐 것이다. 한국 기업은 반도체 제품의 생산자이자 제공자다. 한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제품을 공급받는 기업은 한국에 의존한다.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으면 이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반도체) 생산 체인이 파괴될 것이다.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 반도체 산업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글로벌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 삼성의 중요한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국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화웨이를 포함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이 분명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 경제적 이익에도 손해를 끼칠 것이다.”

―한일 중 어느 쪽이 손해가 더 클 것으로 보나?

“단기적으로는 일본에 반도체 재료를 의존하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크고 뚜렷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 ‘적군 1000명을 죽이면 아군 800명도 피해를 입는다(殺敵一千自損八百)’는 속담이 있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훨씬 깊고 클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일본은 30년 전 미국으로부터 30년 전 보호주의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방향을 바꿔 자유무역의 수호자가 됐다. 하지만 지금 일본이 한국에 취한 방식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정신에 배치된다. 정치 외교 문제를 경제적 보복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됐다. 일방적인 제재를 취하거나 규제하는 건 건설적인 방식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더군다나 일본이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를 주최했다. 선언과 공동성명을 통해 다자무역에 대한 지지를 논했다. 수출 규제는 그런 공동성명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일본의 국제적 이미지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일본의 조치는) 미국을 닮아 있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배웠다는 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작은 사이즈의 트럼프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중일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올해 20년을 맞았는데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의 조치는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시작돼 올해 15차 공식 협상이 진행 중인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리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동북아 평화 안정과 협력, 한반도 긴장 완화에도 모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일본은 왜 한중일 협력을 더 밀접하게 해야 할 시기에 한국과 충돌을 일으켰을까?

“국내 정치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본다. 최소한 (아베 총리의 임기가 끝나는) 2021년 9월 전까지 2년여 동안 아베 총리가 일정한 지지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봤을 것이다.”

―아베 정부의 한국 정책 및 전략이 크게 변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베 총리 이전의 일본 지도자들은 미국의 동맹이라는 시각에서 한국과 관계 문제를 다뤘다. 아베 총리는 과거 지도자들처럼 미국을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물론 미국을 중시하지만 그 정도가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 줄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이 일본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자신이 주장하는 국가이익에 근거해 한국과 관계를 다룬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일 중재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지 자국의 일에만 관심이 있다. 동맹의 관점에서 한일 두 동맹국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WTO 절차 때문에 이는 복잡하고 오래 걸릴 것이다. 북한이라는 정치적 요소도 개입돼 관련 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WTO 제소는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시간만 오래 끄는(曠日持久)’ 전쟁이 될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의 동맹인 미국도 개입할 의지가 없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근본적인 출로는 한일 정부가 직접 대화, 협상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역시 매우 어렵겠지만 유일하게 실행 가능한 길이라고 본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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