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캐러밴에 더 높은 장벽치기…‘제3국에 망명신청 먼저’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6일 0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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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5일(현지시간)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에게 망명 자격을 주지 않는 더 엄격한 새 규정을 발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부터 망명 신청자들의 자격을 재정의하는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의회가 이민법을 강화하지 못한 가운데 불법 이민자들의 국내 유입을 막으려는 조치다.

새 규정은 이민자들이 그동안 미국에 도달하기 전에 거쳐온 국가들에 망명자 보호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미국에도 망명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그러니까 미국에 앞서 제3국에 먼저 망명 신청을 해야 하도록 한 것이며 사실상 대부분의 경우 제한 대상이 된다.

이 규칙의 주요 적용 대상은 중앙아메리카 등지에서 멕시코를 거쳐 남부 국경으로 들어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는 수십만명의 ‘캐러밴’이다.

미국 망명 신청 자격이 없는 이들은 멕시코 등 제3국으로 피신해야 한다. 다만 자신이 고문이나 박해의 피해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망명 자격이 부여된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관대한 국가지만 남부 국경에서 수십만 명의 외국인 체류자들을 체포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에 완전히 압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규정은 경제 이민자들과 미국 입국을 위해 우리의 망명 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포럼 쇼핑’(자신에게 유리한 재판관할권을 찾아 재판을 받는 행위)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부 국경으로 유입되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고국의 폭력과 빈곤으로부터 피신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이들은 미국에서 망명 신청을 한 뒤 최대 2년에 달하는 법적 심사기간 동안 자유롭게 미국에 체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국내로 잠적해버려 법정에 출두하지 않는다는 게 미 이민당국자들의 지적이다.

미국 국경수비대(USBP)에 억류된 이들의 숫자는 지난 5월 14만4000명을 기록하며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6월엔 10만4000명으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이는 1년 전보다 142% 많은 수치다. 대부분은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미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남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은 입국 처리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 과밀 시설에 수주간 억류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들을 수용하고 돌볼 수 있는 인력과 자본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

미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중미 국가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과테말라와 멕시코에 이민자들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으나, 두 나라는 이에 반발했다.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예정돼 있던 방미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멕시코 측은 미국의 이번 조치로 멕시코가 안전한 제3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장관은 “멕시코가 사실상 안전한 제3국이 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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