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서 위안부 할머니 추모사진전 연 日 젊은이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5일 22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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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일본 도쿄 나카노(中野)구 문화센터 ‘나카노 제로’의 지하 2층 전시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한 장의 흑백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밝은 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는 고 송신도 할머니(2017년 12월 별세)의 26년 전 모습이다. 1993년 그는 일본 내 재일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군위안부 피해에 대한 법적 투쟁을 시작하던 시절의 모습이다.

송 할머니 별세 후 1년 7개월 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추모 사진전 ‘이웃집 송 할머니’에서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10년간 사죄와 배상을 요구해 온 ‘투쟁 역사’와 별세 전 마지막 모습 등이 담긴 사진 80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20, 30대 일본인과 재일한국인 청년 13명이 기획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시다 료타 씨(20)와 재일한국인 3세 정우희 씨(25)는 일부 사진이 촬영될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시다 씨는 “지금까지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정치 문제라고 생각했고 일본의 가해 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시다 씨를 비롯한 일본 젊은이들은 올해 3월 위안부 피해자들을 취재해 온 작가 가와타 후미코(川田文子) 씨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면서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위안부 문제를 알게 됐다. 이들은 일본에 돌아온 뒤 사진전 참가 의지를 내비췄다. 이시다 씨는 “송 할머니는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끝내 패소했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존엄 회복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제는 우리 세대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20대 유권자의 70%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빠르게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의 젊은층에 대해 이시다 씨는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가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과거사에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 모르는 것이 매우 큰 문제”라고 말했다.

전시회 관람객 중에도 젊은층이 눈에 띄었다. 프리랜서 이토 료타 씨(33)는 “위안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오히려 내가 격려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 등 ‘경제 보복’ 조치를 강행한 아베 총리에 대해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반한(反韓) 감정으로 표를 얻으려는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며 “양국의 미래를 생각지 않은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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