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남성간 사내 메신저 성적 험담도 성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당사자 없는 사적 대화에 첫 인정

A: 부산 갈 때 C를 데리고 가서 차장 접대 좀 시켜야겠는데….

B: 마음에 들어 할까요?

한 회사의 관리직급 남성 A 씨와 A 씨의 남성 부하직원 B 씨가 2016년 사내 업무용 메신저로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여성 직원 C 씨가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C 씨는 두 사람이 나눈 메신저 대화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두 사람이 자신을 언급한 대화 내용 때문에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A 씨와 B 씨의 대화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두 사람에게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 이 사례는 인권위가 10일 내놓은 ‘성희롱 시정 권고 사례집 제8집’에 담겼다.

인권위는 메신저로 단둘이 나눈 사적인 대화라도 성희롱 수위가 높으면 인권침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메신저에서 오간 ‘일대일 대화’는 사생활의 영역으로 보고 조사대상으로 삼지 않아 왔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적 대화를 나눴더라도 근무시간 중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피해자를 겨냥해 강도 높은 성희롱 발언을 한 건 사생활 영역으로 보고 덮어두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법원도 인터넷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일대일로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면서 제3자를 비방했다 하더라도 대화 내용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사례집에 따르면 인권위가 2001년 11월부터 2017년까지 권고 결정을 내린 성희롱 사건에서 가해자의 60% 이상이 중간관리자급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성희롱이 직장 내 권력 관계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
#인권위#성희롱#사적 대화#성적 험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