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파탄 주된 책임 한국인 남편에 있다면 이혼 외국인 체류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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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0일 0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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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서울 서초동 대법원. © News1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다면 그와 이혼한 외국인 배우자의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베트남 국적 A씨(23·여)가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체류기간 연장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출입국관리법령은 결혼이민 체류자격 요건으로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정상적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재판부는 “혼인파탄이 일방의 전적인 귀책사유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드물거나 많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규정을 엄격히 해석해 ‘외국인 배우자에게는 전혀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적용 가능하다면, 외국인 배우자는 민법상 절차에 따라 혼인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해당 요건은 ‘혼인파탄의 주된 귀책사유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A씨의 경우 혼인파탄에 관한 주된 귀책사유가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다는 이혼확정판결이 있고, 그 판단을 뒤집을 특별한 사정도 없다”며 결혼이민 체류자격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만 19세였던 2015년 국제결혼중매업체를 통해 17살 위인 정모씨(40)와 맞선을 보고 혼인신고를 마친 뒤 그해 12월 결혼이민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정씨 부부가 사는 오피스텔 바로 옆 호엔 정씨 어머니 강모씨가 거주했다.

A씨는 강씨 요구로 그가 운영하는 24시간 편의점에서 강씨 및 정씨와 함께 3교대로 일하다가 2016년 2월 임신 5주째에 유산을 했다. 일을 하고도 보수를 전혀 받지 못하고 돈 쓸 일이 있을 때마다 정씨에게 신용카드를 받아쓴 뒤 즉시 반납해야 했던 A씨는 직접 돈을 벌기 위해 강씨와 정씨의 허락을 받아 그해 5월 말부터 한 면세점에서 일했다.

강씨는 ‘맞교대’로 일하기가 힘들자 다시 편의점에서 일하라고 종용했으나 A씨는 2016년 7월12일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강씨는 “집에서 나가라, 이혼하라”고 큰소리를 쳤고 정씨는 다음날 아침 ‘당분간 여기서 지내라’며 A씨를 친척집에 데려다줬다.

그 이틀 뒤인 7월15일 정씨는 ‘A씨가 가출해 소재불명이라 신원보증을 철회한다’는 신고서를 낸 뒤 이혼을 요구했다. A씨는 이에 같은달 28일 정씨를 상대로 인천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내 이혼 확정판결이 났다. 법원은 정씨에게 주된 귀책사유가 있어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가 2017년 5월 결혼이민 체류기간연장 허가를 신청하자 출입국당국은 실태조사 뒤 ‘정씨의 전적인 귀책사유를 발견할 수 없다’고 거부 처분했고,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1,2심은 “혼인파탄 책임이 전적으로 정씨에게 있고 A씨에겐 아무 책임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혼인파탄에 관한 일부 책임이 있다고 해도, 강씨가 A씨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집에서 쫓아내는 등 중대한 귀책사유가 정씨에게 있어 결혼이민 체류연장을 허가해야 한다면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측은 “관련 입법취지에 반하는 출입국 행정실무와 하급심 재판 잘못을 바로잡고, 한국인 배우자의 부당대우로 이혼하게 됐는데도 안정적 체류자격을 받지 못하고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결혼이주여성의 인권을 보호했다”고 판결 의의를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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