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美 대선… ‘아들들의 전쟁’[글로벌 이슈/하정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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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 사진)와 민주당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 바이든이 2020년 미 대선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양측은 “권력자 부친을 등에 업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페이스북·켄터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 사진)와 민주당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 바이든이 2020년 미 대선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양측은 “권력자 부친을 등에 업고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 출처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페이스북·켄터키=AP 뉴시스
하정민 국제부 차장
하정민 국제부 차장
미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최신호(8∼15일자)에서 민주당 1위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아들 헌터(49)에 관한 14쪽짜리 기사를 실었다. 유력 매체가 왜 후보 본인도, 공직자도 아닌 아들에게 이 많은 분량을 할애했을까. 기사 제목대로 헌터의 사업 및 사생활 논란이 부친의 대권 가도를 위태롭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미 대선판이 ‘아들들의 전쟁’ 양상을 띠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헌터가 부친의 부통령 재직 때 이해상충 논란이 있는 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며 맹비난한다. 이를 주도하는 사람이 바로 정계 진출설이 끊이지 않는 대통령 장남 트럼프 주니어(42)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주니어의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설) 연루 의혹이 가시지 않았고, 부친 사업을 물려받은 그도 다를 게 없다고 맞선다.

1996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헌터는 아버지의 선거 자금을 후원하던 금융사 MBNA 아메리카의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친이 부통령이 된 2009년 사모펀드를 세워 막대한 돈을 주무르고 있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2013년 12월 헌터가 부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지 10일 만에 국영 중국은행은 그의 펀드에 무려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를 투자했다. 골드만삭스와 블랙스톤 같은 쟁쟁한 금융사도 이 정도의 차이나머니를 쉽게 유치하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부친의 재선 출정식에 연사로 나선 트럼프 주니어가 “내가 중국에서 1.5달러만 받았어도 사람들이 난리쳤을 것”이라고 비꼰 이유다.

헌터는 2014년 4월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사 부리스마홀딩스 이사로도 선임됐다. 6일 후 그의 부친은 우크라이나를 찾아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일 수 있도록 미국이 돕겠다”고 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16년 3월 페트로 포로셴코 당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출 보증 10억 달러 철회”를 운운하며 부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던 빅토르 쇼킨 전 검찰총장의 해임을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바이든 측은 둘 다 음모론이라 주장하지만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맸다’는 의혹까지 불식시킬까. 보수 논객 피터 슈바이처는 “이런 거래는 검증도 어렵고 대부분 합법이다. 정치인 가족과 친구들이 해외에서 쉽게 돈을 버는 ‘대리인 부패(corruption by proxy)’”라고 주장한다.

그의 알코올중독과 약물 복용, 첫 부인과의 지저분한 이혼, 부친의 정치적 후계자로도 평가받았지만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형 보의 부인 할리와의 공개 연애, 또 다른 재혼 한 달 만에 제기된 20대 여성의 친자확인 소송…. 사인(私人)의 사생활이라지만 ‘대가족 가치를 신봉하는 아일랜드계 가톨릭’임을 강조하는 부친의 백악관행에 도움을 주긴 어려운 요인들이다.

트럼프 주니어도 만만찮다. 그는 “전 세계에 트럼프호텔을 짓겠다”며 아랍에미리트(UAE), 캐나다, 인도, 우루과이, 도미니카공화국, 파나마 등을 누볐다. 개인 사업을 영위하는 대통령의 성인 자녀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경호하느라 상당한 세금이 쓰였고 각국 미대사관도 그의 행사 및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동원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그가 트럼프타워 홍보차 인도를 찾았을 때는 “아파트 구매 예약금 약 4000만 원을 내면 미 대통령 아들과 만찬을 할 수 있다”는 낯 뜨거운 홍보물까지 등장했다. 그의 푼돈 벌이에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위신이 망가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말 또 다른 민주당 유력 후보이자 인도계와 자메이카계 혼혈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 대한 인종차별적 트윗을 공유해 설화에 휩싸였다.

둘을 보며 유력 정치인에게 자녀가 ‘자산(asset)’일지 ‘부채(liability)’일지 생각해본다. 가족만이 가능한 정서적 유대, 지지, 신뢰를 주지만 후보 못지않게 서슬 퍼런 검증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이 결국 후보 본인을 겨눈다는 점에서 독이 될 요소도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세상이 투명해진 만큼 권력자는 물론 그 주변인도 높아진 기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2020 미국 대선#도널드 트럼프#헌터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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