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려면 채찍보다 당근을 택하라[DBR]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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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들은 팀워크와 단결을 조직의 필수 덕목으로 여긴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팀워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조직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처럼 끈끈한 동료보다 느슨한 관계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더 혁신적인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바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심리학자인 오이시 시게히로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와 셀린 케세비르 영국 런던대 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조직 내부에 자원이 적고 사람들의 이동성이 떨어졌던 과거에는 직원들끼리 똘똘 뭉치고 결속을 강화하는 게 생존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정반대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처럼 자원이 비교적 넉넉하고 조직원의 이직이 많은 조직에서는 가족처럼 가까운 동료를 만들기 어렵고, 만든다 해도 서로를 금방 떠나 감정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관계 범위를 넓히고 부서, 팀 간 경계를 허무는 게 심리적으로 안정적이면서도 더 나은 성과를 도모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부서 및 팀 간 경계를 뛰어넘어 직원 개개인의 사업가적 정신과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기업문화로 각광받는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이 되기 위한 해법도 비교적 명료하다.

첫째, 조직 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활발히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관료주의나 부서 이기주의의 폐해로 꼽히는 비능률, 책임 전가, 파벌 의식 등의 배타성을 깨뜨릴 수 있다. 큰 집단에서 과거 작은 집단 시절의 규칙을 고집하거나 가까운 몇몇 사람들과만 긴밀하게 교류하면 조직 내 소통의 벽이 생길 위험이 크다.

실제로 창조와 혁신을 강조하는 기업들은 규모에 상관없이 조직 내 다양한 사람이 서로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북클럽을 활성화해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직원들을 연결해 주는 것이 대표적 예다. 동호회나 다양한 주제의 포럼을 열어 이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동료나 다른 직급의 사람들끼리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하는 기업들도 많다.

둘째, 구성원 간 소통을 촉진하면서 애자일 조직으로 변신하려면 ‘처벌’보다는 ‘보상’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들도 많다. 한 실험에서는 기업 직원들을 두 팀으로 나눠 크기와 조명이 똑같은 두 개의 회의실에 넣고 똑같은 업무를 지시했다. 그런 뒤 한 팀에는 일이 성공할 경우 받는 보상에 대해, 다른 팀에는 일이 실패할 경우 입는 손실에 대해 각각 5분간 설명했다. 그러고는 두 집단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이 나타났다. 보상을 강조한 팀의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의외의 인물들을 찾아다니거나 별도 조직을 구성하는 등 열의를 보인 반면 손실을 강조한 팀의 직원들은 전임자나 자기 조직 내 경험자들을 가장 먼저 만나러 갔다. 이는 실패를 두려워하면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고 안정적인 결과가 보장된 선택지, 즉 관습에 의존하기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종류의 자동차를 대상으로 수행한 또 다른 실험의 결과도 비슷한 시사점을 준다. 사람들에게 연비, 출력, 최고 속도 등 핵심 역량 부문에서 다양하게 비교 우위를 나타낸 자동차 A와 다른 자동차엔 아예 없는 옵션인 선루프와 안마시트를 장착한 자동차 B를 제시했다. 그런 뒤 어떤 자동차를 개발할지 물었다. 그 결과 사전에 개발을 잘못하면 처벌한다는 경고를 받은 사람들은 여러 측면에서 골고루 앞선 A를 선택했다. 반대로 잘하면 보상을 받는다고 들은 사람들은 기존과 전혀 다른 기능의 B에 더 강한 매력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자. 새로운 관점과 통찰이 필요하거나 관습에서 벗어나야 하는 혁신적인 일일수록 개인의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기존 부서 내 구성원들끼리만 일치단결해 손실을 예방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면 기존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데 그치기 쉽다. 전혀 다른 업무를 맡는 구성원들이 서로 협업하고 창의적인 솔루션을 찾아 분주하게 뛰는 애자일 조직으로 거듭나려면 이 같은 구성원의 심리를 간파해야 한다. ‘채찍’보단 ‘당근’이 더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kyungilkim@ajou.ac.kr
#팀워크#창조#혁신#기업#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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