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월급과 비슷한 매출…30대 부부의 ‘파머포유’, 귀농 초보자에 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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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뭐야?”

29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에 있는 ‘파머포유’ 농장에 들어서자 창농캠프 참가자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이 농장의 주요 작물은 표고버섯.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탁자엔 톱밥과 겨가 담긴 플라스틱병에서 표고버섯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었다. 나무에서 기르는 방식보다 향이 덜해 아이들도 좋아한다.

이 농장의 주인은 한승욱 씨(36), 이지현 씨(32·여) 부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들은 2년 전 충북 괴산군으로 내려왔다. 바쁜 직장 일 때문에 결혼 후 오히려 함께 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씨는 내려오기 1년 전부터 귀농해서 재배할 작물을 공부했다. 괴산에 내려온 직후 4개월 동안엔 인근 농장에서 표고버섯 재배를 배웠다. 한 씨는 “하루를 온전히 내 계획대로 꾸릴 수 있다는 게 귀농생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한 씨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메모를 했다.

지난달 29~30일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와 채널A가 주최한 ‘청년 창농캠프’가 괴산군에서 열렸다. 청년 창농캠프는 올해가 4번째다. 당장 귀농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부터 주말농장을 꿈꾸는 직장인까지 31명의 참가자가 함께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 이날 가장 인기를 끈 곳이 파머포유였다. 귀농생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수익성에서 전망이 좋았기 때문이다. 파머포유는 대기업 회사원의 월급과 비슷한 규모의 월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현금유동성도 장점이었다. 보통 1년 단위로 수입이 들어오는 다른 작물과 달리 표고버섯은 대략 한 달 단위로 수익이 결산됐다. 이 씨는 “매달 지출금을 막아야 했는데, 한 달 단위로 돈이 들어오는 표고버섯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귀농초보자를 위한 체험의 시간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괴산군 감물면에 있는 ‘감물느티나무장터’에서 양배추를 따고, 콩 심기 체험을 했다. 감물느티나무장터는 2002년 귀농한 이우성 씨(52)가 운영하는 체험형 유기농장이다.

청년 창농캠프가 괴산군을 주목한 것은 이 지역에 최근 젊은 귀농인구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로 거리인데다 지자체의 노력도 맞물린 결과다. 실제로 괴산군은 최근 3년간 해마다 약 1700명이 귀농해 정착했다. 군청에선 귀농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농업창업자금을 빌려주고, 주택 구입도 일부 지원한다. 귀농지원센터를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엔 아예 귀농귀촌팀을 신설했다.

이번 캠프는 첫째 날 괴산군의 다양한 농가를 방문한데 이어 저녁 시간엔 ‘행복한 시골살이 특강’, ‘선진농가 선배들과 즉문즉답’ 등을 통해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튿날엔 이 지역 영농법인 ‘흙살림’에서 친환경 농업 트렌드를 파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청년 창농캠프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농업의 희망을 발견한 참가자들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경북 문경시에서 농업을 희망하는 고등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온 박명선 씨(38·여)는 “나도 귀농을 한 지 5년차지만 수익 보장이 안 되면 참 답답한 게 농업”이라면서 “아들에게 다양한 농업 현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주민경 씨(19·여)는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귀농을 꿈꾸고 있는데, 오늘 본 여러 가지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꼼꼼하게 계획을 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괴산=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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