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제 공은 유럽으로 넘어갔다”…원유수입 재개 ‘최후통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0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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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은 유럽으로 넘어갔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또 기회를 발로 찰 것인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 핵합의(JCPOA)’ 공동위원회 회의가 열린 지난달 29일 이란 국영방송은 이렇게 보도했다. 핵합의를 파기한 미국 대신 유럽 국가들이라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핵개발에 나서겠다는 사실상 ‘최후통첩’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이란은 7일 이전까지 유럽 국가들이 핵합의에서 약속한 이란산 원유 수입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핵합의 불이행 2단계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2단계 조치는 고농축우라늄 생산과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중수로 건설 재개 등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5월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 및 경제 제재를 이유로 저농축 우라늄 및 중수(重水)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2단계 조치까지 약 1주일 정도 남았으나 공동위원회가 별다른 소득 없이 종료돼 미국과 이란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회의였다”며 “유럽의 제안은 우리의 결정을 철회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란 파르스통신도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빈 회의가 이란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며 핵합의는 곧 파기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해 이란과 합법적으로 교역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INSTEX)가 올해 1월 출범했다. 유럽연합(EU)은 성명을 통해 “독일 프랑스 영국은 모든 EU 회원국들에게 인스텍스가 실제 운영을 시작했고,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혀다.

그러나 인스텍스는 공전상태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이란은 유럽에 미국의 제재를 감내할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아락치 차관은 “유럽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인스텍스가 가동돼도 불충분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란은 이날 회의에서 핵협정이 이행되지 않을 때 북한처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29일 미 공군은 F-22 스텔스 전투기 편대를 카타르 내 공군기지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군과 미국 자산을 방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2500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결정했고 에이브러햄 링컨 핵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패트리엇 요격 미사일 등도 배치했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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