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음주운전 단속 기준…기자가 직접 실험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4일 20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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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눈으로 쏠리면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전화통화를 할 때는 긴장이 풀리고 기대거나 눕고 싶어졌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면서 ‘6월 24일’을 ‘6시 24분’이라고 잘못 입력하기도 했다. 어깨와 팔, 다리 근육의 긴장도가 떨어지고 재빨리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집중력도 떨어졌다. 혈중알코올 농도 0.028%일 때 나타난 신체 반응이었다.

본보 박상준 기자(27)가 20일 밤과 24일 낮에 각각 소주 한 병(16도·360ml)과 맥주 1000ml(4.5도)를 마신 뒤 경찰의 도움을 받아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와 신체 반응 변화를 측정했다. 박 기자의 키는 183cm, 몸무게는 80kg이다.

낮 시간대에 술을 마신 24일. 음주 후 1시간 반이 지나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71%였다. 25일부터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 기준에 따르면 면허정지(0.03% 이상~0.08%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음주 후 1시간 반이 지났을 때부터 두통과 함께 허벅지가 약간 저린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도 곧바로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5초 이상 서 있다가 버튼을 눌렀다. 자꾸 벽에 기대려고 했고 손아귀 힘도 떨어졌다.

음주 후 2시간 30분이 지난 뒤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자 0.052%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화를 걸 때 휴대전화 숫자버튼을 정확히 누르는 못했고 통화를 할 때도 말소리가 조금씩 새어 나가면서 발음을 정확하게 하지 못 했다. 음주 후 3시간 30분이 지나자 혈중알코올농도는 0.028%로 나왔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치인 0.03%를 살짝 밑도는 수치였다. 4시간 반이 지나자 혈중알코올농도는 0.016%까지 떨어졌다. 두통과 얼굴의 화끈거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눈꺼풀은 무겁고 걸음도 무거웠다.

밤늦은 시간에 술을 마신 20일에는 음주 후 12시간이 지나 다음 날 오전에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다. 낮에 술을 마셨을 때와 비교해 몸속의 알코올이 분해 되는 속도가 더뎠다. 음주 후 12시간이나 지났는데도 혈중알코올농도는 0.021%로 나왔다. 면허정지 수치에 가까웠다.

운전면허가 100일간 정지되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25일부터 시행됐다. 혈중알코올이 분해 되는 시간을 계산한 위드마크 공식에 따르면 몸무게 80kg인 남성이 19도짜리 소주 1병을 마신 뒤 몸속에서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기까지는 3시간 34분이 걸린다. 4.5도인 맥주 2000cc는 4시간 44분이 걸리는 것으로 돼 있다.

음주 후 술 냄새를 없애기 위해 가그린으로 입 속을 헹구면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키 182cm, 몸무게 83kg인 본보 윤다빈 기자(30)가 가그린을 사용한 뒤 물 200ml를 받아 입안을 한 차례 씻어냈는데도 곧바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자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4%로 나왔다. 물로 한 차례 더 입 속을 씻어내자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측정됐다. 매실 액기스와 박카스, 가스활명수, 액상 감기약을 섭취한 직후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도 대부분 면허정지 수치를 살짝 밑도는 수준으로 나왔다. 다만 4개 제품 모두 물로 입안을 행군 뒤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모두 0%로 나왔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박상준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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