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국기업에 “시장개방-규제완화”… G20 앞두고 유화 제스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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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美기업 등 CEO들 만나
美 USTR대표 “中과 만나 대화”… 트럼프 “러-中과 잘 지내고 싶다”

28,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합의를 위한 물밑 작업이 본격화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일 베이징에서 세계 유명 기업 19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화학기업 다우, 배송업체 UPS, 제약회사 화이자, 숙박체인 하이엇호텔, 복합 제조업체 하니웰 등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을 대표하는 경영자들을 만났다.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 호주 광산업체 BHP그룹, 핀란드 통신업체 노키아, 브라질 광산업체 리오틴토 대표 등도 동석했다.

리 총리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더 많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 시장친화적이고 법률에 근거한 국제적 사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분야에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투자를 위한 거대한 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세계 통상과 경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리 총리가 외국 경영자들을 만나 시장 개방 및 규제 완화를 약속한 것은 무역갈등 격화 후 내내 유지해 오던 강경한 태도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달 초 중국 정부 관계자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 관계자들을 불러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등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 압박에 동참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경고했다. 중국 기업을 차별하는 외국 기업을 골라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를 만들겠다고도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무역전쟁 후폭풍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애플 등 유명 기업들의 ‘탈(脫)중국’ 바람이 가시화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 지도부가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리 총리는 이날 “오늘 모인 기업들은 40년 전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때부터 중국에 투자해 이익을 거뒀다. 중국과 수십 년간 ‘윈윈(win-win)’ 협력관계를 성취했다”며 ‘옛 인연’도 강조했다.

미중 고위 관계자들도 협상 재개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9일 하원에 출석해 “내일이나 모레 상대방과 통화하겠다. 양국 정상회담 전 G20 회의 현장에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중국 무역협상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제 협상이 재개될지 현 시점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대화하고 만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도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러시아 및 중국과 잘 지내고 싶다.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후 두 나라 무역협상 대표들이 소통하면서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2.4% 올랐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무역 문제에 대한 극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0일자 사설에서 “정상 간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및 기술이전 강요 금지 법제화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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