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사회적 가치’ 점수에 희비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0일 2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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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공개된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현 정부가 바뀐 평가지표를 적용한 첫 사례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적자가 난 회사들도 대거 상위 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일반 기업처럼 경영효율성을 중시했지만 이번 평가분부터는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등에 큰 비중을 뒀다. 안 그래도 방만한 경영이 더 방만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회적 가치’ 점수에 희비 엇갈려

정부는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 지표를 신설하고 전체 100점 중 22점을 배정했다. 여기에 노사관계(5점), 직원들의 삶의 질 제고(1점) 등을 합하면 사회적 가치 구현 관련 점수는 중 30점에 이른다. 반면 재무예산관리 지표는 조직 및 인적자원관리 지표와 통합되며 10점에서 5점으로 배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고유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도 기존 50점에서 45점으로 줄었다. 신완선 공기업 부문 경영평가단장은 “(공기업들이) 재무 및 예산, 수익성 등에서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사회적 가치 구현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3조9000억 원의 적자를 냈지만 B에서 A로 등급이 올랐다. 2017년 1조4400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1조1700억 원 적자로 돌아선 한국전력공사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B등급을 받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지난해 적자전환했지만 B등급을 받았다. 에너지 전환, ‘문재인 케어’ 등을 수행한 기관은 실적 악화와 상관 없이 높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준정부기관 중에서는 지난해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국민연금공단이 전년도와 같은 B등급을 유지한 게 눈에 뜨인다. 국민연금은 현 정부 들어 대기업 옥죄기 수단으로 쓰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사고 터져도 ‘코드’ 맞으면 좋은 등급

A, B등급을 받은 공공기관 중에는 비리나 안전사고 등으로 논란이 됐던 기관도 포함돼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에선 정권과의 친소관계에 따른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강릉KTX 탈선 사고로 사장이 사퇴하기까지 했지만 B등급을 받았다. 당시 사장을 맡은 오영식 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캠프 조직본부에 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중소기업이 좀더 쉽게 납품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만든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아 B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지난해 우제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납품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기관이다.

● 세금으로 공공기관 성과급 지급

각 기관의 성과급 지급률은 상대, 절대평가 등급을 50대 50으로 반영해 정해진다. 각 평가의 범주(경영관리, 주요사업)별 등급이 모두 C 이상이어야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한전, 한수원 등 적자 공기업도 이번 평가에서 모두 성과급 지급 대상에 들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에 예비비로 미리 성과급 재원을 마련해두고 평가 결과가 나오면 이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 성과급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이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과제 실현에 초점을 맞추다 수익성, 효율성이 악화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정규직화 방침에 따르다 경직성 비용인 인건비가 대폭 늘어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등급을 받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올해 인건비 예산은 5996억 원으로 지난해 4603억 원에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당초 목표를 초과해 1000여 명을 정규직화한 영향이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평가기준은 일부 지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사회적 가치’를 위해서라면 방만 경영도 허용할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며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세종=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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