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침묵하는 대중이 전체주의를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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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이진우 지음/272쪽·1만5000원·휴머니스트

‘악의 평범성’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 해나(한나) 아렌트(1906∼1975)의 사상을 ‘이제 전체주의는 끝났는가?’를 비롯한 열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풀어 썼다.

아렌트는 나치 독일이나 스탈린 치하의 소련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가 출현할 소지가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인간다운 방식으로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고통을 완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 때” 전체주의적 해결책이 언제나 강한 유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통의 정체성이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통합되지 않고 원자처럼 고립된 대중은 전체주의자들의 협박과 선전의 좋은 먹잇감이다. ‘악’은 사고를 허용하지 않고, 세뇌로 판단과 사고 능력을 잃어버린 대중은 결국 악을 불러온다. 전체주의 정권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대중 사회의 출현이 있다.

아렌트는 사유, 곧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공론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람은 말과 행위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정치적으로 탄생하고, 비로소 정치적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아렌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정치적 사유를 ‘난간 없는 사유’로 표현했다고 한다. ‘나는 난간 밖의 안전한 관람객’이라는 무지와 ‘어차피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체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저자는 철학자이자 계명대 총장을 지낸 포스텍 교수.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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