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말 6초… 소설의 ‘여름사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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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대목 맞아 ‘빅타이틀’ 출간 러시
독자들 초반 호응 다소 주춤, 순수문학보다 장르물 주도 예측도
일각 “불황 심각… 여름특수는 옛말”

소설은 여름에 강세를 보인다는 게 통설이다. 올해 ‘5말 6초’에도 어김없이 여름을 겨냥한 ‘빅 타이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조남주의 ‘사하맨션’(민음사), 정유정의 ‘진이, 지니’(은행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1·2’(열린책들), 조정래의 ‘천년의 질문’(해냄)이 연달아 선을 보였다.

하지만 초반 반응은 다소 주춤한 편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가 집계한 6월 둘째 주 종합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작품은 ‘죽음 1·2’(2, 3위)가 유일하다. ‘진이, 지니’는 14위에 올랐으며, 오디오 북으로 독자와 먼저 만난 뒤 최근 출간한 ‘천년의 질문’은 서서히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이들의 전작들이 출간 즉시 10위권에 입성한 뒤 상당 기간 순위를 유지한 과거에 비하면 왠지 어색한 풍경이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아직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전작의 리커버 북이 나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한 출판계 관계자는 “출간 1, 2주에는 대기 독자가, 그 이후는 작품성과 입소문이 판매량을 좌우한다. 중간 마케팅이 극적으로 성공하지 않는 이상 초반 분위기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름을 겨냥해 5, 6월에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정유정 작가의 ‘진이, 지니’, 조남주의 ‘사하맨션’, 테드 창의 ‘숨’(왼쪽부터). 맨 마지막 작품은 2017년 2월에 출간돼 지난해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으로 역주행을 시작한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여름을 겨냥해 5, 6월에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정유정 작가의 ‘진이, 지니’, 조남주의 ‘사하맨션’, 테드 창의 ‘숨’(왼쪽부터). 맨 마지막 작품은 2017년 2월에 출간돼 지난해 8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입소문으로 역주행을 시작한 ‘돌이킬 수 없는 약속’.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여름 소설시장은 순수문학보다는 장르물이 주도할 거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종합 10위에 오른 테드 창의 ‘숨’과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야쿠마루 가쿠), 신흥 강자로 꼽히는 ‘사일런트 페이션트’(알렉스 마이클리디스) 등의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게다가 1년 365일 최강자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에다 장강명 작가도 SF소설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을 곧 선보인다.

사실 여름은 출판계로선 10여 년 전부터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방학과 휴가철 독서 인구를 겨냥해 대형 신작을 선보이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주간은 “어수선한 연초와 명절이 낀 가을을 제외하면 여름이 남는다. 특정 시기에 주력 작품을 출간하면 일하기 편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작가들의 집필 주기가 비슷하다 보니 같은 작가가 재차 맞붙기도 한다. 올해에는 3년 만에 정유정 조정래 베르베르 등이 격전을 펼치는데, 서로 좋은 자극을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설이 계절을 탄다는 공식은 옛말이란 의견도 상당하다. 출판계 불황이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 게다가 20대에서 40대로 독자 연령대가 높아지며 ‘방학 특수’도 사라졌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40대 독자 비중은 2010년 22.7%에서 2019년 상반기 32.9%로 늘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출판 시장 분위기를 띄우기가 갈수록 힘들다. 게다가 인문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며 소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여름 소설#에세이#순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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