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하청근로자들과 연대투쟁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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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안하면 공장 멈추기 역부족”
하청임금 25% 인상 요구 받아들여… 법인분할 저지 장기투쟁 채비

법인분할 무효를 주장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하청 근로자들과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율이 10%대로 떨어진 가운데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하청 노동자들과 연대해 힘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11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하청 노조와 울산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분할 주총 무효와 하청 임금 25% 인상, 하청 조합원 조직 확대 투쟁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본보가 입수한 노조 소식지에는 “하청 노동자들이 함께하는 파업 없이는 공장을 완전히 멈춰 세우기에 역부족”이라며 “지금이 바로 기회다. 법인분할 무효와 하청 임금 25% 인상을 함께 요구하고, 함께 쟁취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10일 긴급회의를 열어 하청(노조) 조직화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투쟁을 결정했다”며 “대정부 압박과 법인분할 무효 소송에 대비한 장기적인 투쟁 방향을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4월 말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 온 하청 노조는 최근 법인분할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청 노조는 지난달 22일 노보를 통해 “법인분할을 하면 하청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 등이 이어져 처우가 악화된다”며 “하청 근로자들도 법인분할 저지 투쟁의 한 축으로 우뚝 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규직 (원청) 동지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청 노조는 법인분할을 의결한 임시 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엔 현대중공업 노조의 주총장 점거 시위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동안 하청노조의 투쟁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이날 하청 노조와 연대를 선언한 것은 법인분할 파업 참여율이 저조한 데 따른 자구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법인분할 부분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처음엔 30%대에서 전날 기준 약 14%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파악했다. 한 노사 관계 전문가는 “현재의 파업 수준과 강도는 사측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노조도 이 때문에 원·하청 노동자 연대투쟁으로 확대해 동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후 현대중공업 노조는 4시간 부분파업을 또 이어갔다. 하청 노조도 점심시간에 현대중공업 공장으로 와서 오토바이 경적을 누르는 시위를 벌였다. 4월 말 첫 오토바이 시위 이후 네 번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7일에는 7시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며, 두 노조는 20일 법인분할 무효와 하청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위한 공동 집회 등을 열 계획이다. 이성호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하청 노동자들도 노조에 가입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목소리를 한데 모아 법인분할 반대, 하청 임금 25% 인상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현대중공업 노조#하청근로자#연대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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