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勢 과시용 ‘정치청원’을 野 비난에 활용한 靑정무의 경박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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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을 청구한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한 것은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이라며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답변을 작성한 강기정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두 청원 모두 청구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도 “정당에 대한 평가는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고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구체적으로 (정치권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실망을 줬고, 국회가 열리지 못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주당이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을 비판하는 논리에 가깝다. 청원 답변을 명분 삼아 한국당의 추경 심사 거부를 비판한 것이다. 이에 한국당은 청와대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한 공직선거법 9조 1항을 위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여야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는 시기다. 자구 표현 하나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는 시점에 상대를 자극할 만한 민감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 그런데 여야를 상대로 막후 조율에 나서야 할 정무수석이 제1 야당 심판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협상의 ABC를 망각한 처신이다. 청와대까지 여야 정쟁(政爭)의 한쪽 편에 선다면 협치를 버리고 나 홀로 국정 운영을 고집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한국당과 민주당 해산청구 청원엔 183만여 명, 33만여 명이 각각 참여했다. 이 청원은 실제 정부가 정당 해산 청구에 나설 게 아니라면 청와대가 시시비비를 가려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 특히 국민청원 게시판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당초 취지는 퇴색되고 정치선전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지자들의 세 대결 식으로 이뤄진 청원을 놓고 ‘국민의 준엄한 평가’ 운운하며 한술 더 뜬 청와대의 경솔함과 호들갑이 한심스럽다.
#정치청원#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정당 해산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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