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단팥 인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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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니까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일본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파는 주인장 센타로에게 어느 날 50년간 단팥소만 만들고 살아온 ‘알바생 할머니’ 도쿠에가 나타난다. 시판용 팥소로 만들어 판매하던 센타로의 그저 그런 단팥빵은 인기가 없었다. 할머니가 두고 간 직접 만든 팥소를 맛보고 진심으로 감동한 센타로는 비로소 할머니에게 비법을 배운다. 센타로의 단팥빵 집은 입소문이 나서 ‘대박집’이 된다. 단것을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단팥빵을 만들고 있는 센타로에게 할머니는 먼저 맛의 행복을 알려준 것이다. 그제야 센타로는 일하는 즐거움을 배우게 됐다.

우리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매순간 우리들 삶도 센타로의 단팥빵 가게처럼 정체돼 있는 경우가 많다.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 기계처럼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흥미를 잃게 되고, 바쁜 작업량에 지쳐 술과 스트레스가 늘어만 간다. 어느 순간 맛없는 단팥빵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반전은 알고 보니 할머니가 한센병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팥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결국 할머니는 한센병 센터로 떠나게 된다. 센타로는 할머니의 행방을 찾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할머니는 센타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아요. 우린 자유로운 존재니까.”

삶의 어느 순간, 우리는 불행하고 좌절과 고통의 시간들을 경험한다. 어찌 보면 그것은 인생의 전환점이다. 인생에 달콤한 단팥을 들여놓을 마음의 준비를 하자. 결국 힘든 이 순간이 지나가면 팥을 삶는 향기조차 맛있어질 것이므로.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
#단팥빵#도라야키#단팥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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