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붙어다닌 트럼프-아베… 삼시세끼 함께하며 밀착 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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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스모 관람-로바다야키 만찬… 오후부터는 부부동반 일정 이어가
日, 트럼프에 스모관람용 전용의자… 만찬땐 고기굽기 정도까지 신경
트럼프 “7월 日선거 끝날 때까지 무역협상 진전 기다릴 것” 화답
日일각 “아베, 관광가이드냐” 비판

이름 새긴 트로피 수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일본 도쿄의 국기관에서 스모대회
 우승자 아사노야마 히데키(왼쪽)를 시상하기 위해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높이 
137cm, 무게 30kg에 달하는 이 트로피의 무게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입에 힘을 주고 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이름 새긴 트로피 수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6일 일본 도쿄의 국기관에서 스모대회 우승자 아사노야마 히데키(왼쪽)를 시상하기 위해 관계자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높이 137cm, 무게 30kg에 달하는 이 트로피의 무게 때문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입에 힘을 주고 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26일 오후 4시 56분.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여름 스모대회 ‘나쓰바쇼(夏場所)’ 경기가 열리던 도쿄(東京) 국기관에 입장하자 관중들이 “와∼” 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전화로 두 정상의 사진을 찍었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끝없이 이어져 약 5분 후 “자리에 앉아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 뒤에야 멈췄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미일 정상 부부는 2층 귀빈석이 아니라 선수들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1층 ‘마스세키(升席)’에 앉았다. 마스세키는 가로세로 각각 1.3m 크기의 테두리 안에 4명이 바닥에 앉는 형태다. 일본 정부는 양반다리에 익숙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오랜 전통을 깨고 방석 대신 전용 의자를 준비하는 파격적인 예우를 했다.

현역 미국 대통령이 스모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격투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간파한 아베 총리의 아이디어였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페리 제독이 흑선 함대를 이끌고 1854년 2월 두 번째로 일본을 찾아 개항 조약을 맺었을 때 스모를 관람했다.

경기가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승 선수 아사노야마 히데키(朝乃山英樹)에게 자신의 이름이 적힌 ‘대통령배(杯)’ 트로피를 직접 수여했다. 높이 137cm, 무게 30kg인 트로피 최상단에는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상이 있었다.

셀카 찍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의 골프 회동 직후 트위터 계정에 올린 두 정상의 ‘셀카’(셀프 카메라)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을 리트윗했다. 트위터 캡처
셀카 찍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의 골프 회동 직후 트위터 계정에 올린 두 정상의 ‘셀카’(셀프 카메라) 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진을 리트윗했다. 트위터 캡처
미일 정상 부부는 스모 관람 후 곧바로 도쿄의 번화가 롯폰기(六本木)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 ‘로바다야키’를 함께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잘 익힌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미리 주방장에게 고기를 ‘바싹 익혀 달라’고 주문했다.

만찬장에 자리 잡은 두 정상은 기자들에게 각자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총리와 무역, 군사 등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매우 생산적인 하루였다”며 “항상 스모를 보고 싶었는데, 오늘 보게 돼 특별히 감사를 전한다. 대단한 하루”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레이와 첫 국빈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를 모시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전엔 두 정상은 일본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 컨트리클럽에서 2시간 반 동안 골프를 즐겼다. 아베 총리는 골프장에서 자신이 직접 카트를 몰았다. 골프클럽 조찬은 빵과 베이컨, 달걀이었고 오찬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더블 버거’였다. 두 끼 식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서양식이었다.

두 정상이 골프를 즐기는 동안 멜라니아 여사와 아키에(昭惠) 여사는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디지털 미술관 ‘팀랩’을 함께 관람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이곳에서 초등학생 관람객들에게 사인을 요청받고 ‘최고가 돼라(Be best)’라는 문구를 넣어 사인했다.

아베 총리의 오모테나시(손님을 극진하게 모시는 일본 문화) 외교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골프 회동 후 트위터에 “(미일 무역협상에서) 많은 부분은 일본의 7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적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의 7월 참의원 선거에 대한 영향을 피하고 싶어 하는 아베 총리를 배려해 무역협상의 합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향을 (트럼프 대통령이)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25일 오후 5시경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면서 3박 4일간의 일본 국빈 방문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쿄 주일 미국 대사관저에서 소프트뱅크,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 경영자 약 30명과 만찬을 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과정에서 나온 과도한 접대를 두고 야당 등 일부에선 ‘아베 총리는 관광 가이드냐’, ‘아베여행사의 일본 만끽 투어냐’ 등 비판하는 말도 나왔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트럼프#아베#스모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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