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조기 강판시킨 브렉시트…향후 전개 ‘불투명’

  • 뉴스1
  • 입력 2019년 5월 25일 0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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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국민투표 포함 4차 합의안 의회 통과 장담 못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국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끌어 내렸다. 브렉시트는 영국 하원 비준 절차에서 교착 상태에 여전히 빠져 있다. 24일(현지시간) 메이 총리가 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후임자가 누가 되든 브렉시트 이행을 성공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브렉시트는 지난 2016년 6월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에서 유권자 51.9%의 찬성을 얻어 결정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는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브렉시트가 결정된 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는 개인적으로 브렉시트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재집권을 위해 영국 사회에서 요구가 높아진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권력을 잃고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다.

캐머런의 뒤를 이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이행이라는 독배를 이어받아 EU와의 원활한 이별을 위한 합의안 도출에 나섰다.

영국과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은 2단계로 진행됐다. 이 과정을 통해 영국은 합의안을 비준받아 2019년 3월 EU를 탈퇴하고 2020년 12월31일까지 전환기를 갖을 예정이었다.

1단계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사안은 Δ재정부담금(이혼합의금) ΔEU시민권 Δ아일랜드 국경 문제였다. 이는 2017년 12월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2단계 협상은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 가지게 될 2년간의 전환기 조건과 양측의 무역 관계였다. 이는 2018년 11월에 합의가 도출됐다.

이어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양측 의회의 비준 동의를 받아 이를 발효토록 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호락호락 동의해주지 않았다.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에서의 이른바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 방안에 대한 갈등이 불거졌다.

백스톱이란 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아일랜드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요지는 브렉시트 전환기간인 2020년 말까지 북아일랜드를 비롯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 동맹에 잔류한다는 것이었다.

2018년 12월10일 메이 총리는 합의안 의회 표결을 연기했다. 메이 총리는 12일 보수당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게 제기한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 총리직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도력은 큰 손상을 입었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표결은 해를 넘겨 지난 1월15일 실시됐다. 결과는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압도적인 부결이었다. 영국 의회 역사상 이보다 더 큰 표 차의 부결은 없었다. 찬성표는 브렉시트 승인에 필요한 전체 의석수의 과반인 320표에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따라 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하지만 메이 총리는 16일 불신임 표결에서 다시 살아남았다.

합의안의 부결로 브렉시트 기한은 당초 3월29일이었던 것이 4월12일로 연기됐다. 이후 다시 10월31일까지로 미뤄졌다.

3월12일에 진행된 새로운 합의안을 가지고 실시한 2차 표결도 하원에서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또 부결됐다.

3월29일 메이 총리가 합의안 통과 후 총리직을 내놓겠다는 배수진을 치며 3번째 표결을 실시했으나 하원은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또 부결시켰다.

‘노딜’ 파국을 막고자 영국에 최대한 양보해 왔던 EU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영국을 압박했다.

지난 16일 메이 총리가 6월 초 브렉시트 협상안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구하는 4번째 시도를 실시한 직후 총리직에서 사임하는 시간 계획표를 밝힐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더 이른 시점인 24일 메이 총리는 끝내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약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당대표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울먹이며 “그 어떠한 악감정도 없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봉사할 기회를 얻었다는 점에 거대하고 지속적인 감사하는 마음만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에 이어 26년만에 첫 여성 총리에 올라 기대를 모은 메이 총리는 브레시트 벽을 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AFP는 메이 총리가 영국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에 짧게 재임한, 그리고 브렉시트를 이행할 능력이 없었던 총리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1일 공개된 4차 합의안에 2차 국민투표 등 노동당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있어 의회뿐 아니라 내각 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브렉시트의 향배는 더욱 오리무중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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