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일 화웨이 ‘때리기’… 한국 기업들 업종별 손익분석 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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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화웨이 ‘때리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도 업종별로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22일 재계 관계자는 “아직 변수가 많아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이득 또는 손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관련 업체들은 화웨이 사태가 가져올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 맑음 뒤 흐림

화웨이의 무서운 추격에 쫓기던 삼성전자는 이번 사태로 당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사정에 정통한 한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화웨이에 밀리지 않으려고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부터 폴더블폰까지 성급하게 내놓는 모습이었는데 당장은 화웨이와 격차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프리미엄폰 시장에선 애플이 미중 무역분쟁의 최대 희생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에는 기회다. 전량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에 25% 관세가 추가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중국 내 아이폰 판매에도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저가 시장에선 샤오미나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화웨이 고객을 이들 업체에 뺏기지 않는 게 국내 업체들에 주어진 새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사태가 화웨이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해 중국이 구글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가 완성도 높은 자체 운영체제(OS)를 내놓는다면 애플에 이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갖춘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SNS에 “늦어도 내년 봄에는 새로운 독자 OS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모바일뿐만 아니라 TV, 자동차 등에 함께 적용될 것”이라고 적었다.

● 반도체: 흐림

이르면 하반기(7~12월)부터 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세계 반도체 경기에 이번 사태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 보고서를 인용해 “미중 무역갈등과 화웨이 금지령이 장기화되면 중국의 전자제품 생산이 줄고 결국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달 20일까지 한국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1.7% 감소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는 단기적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수요 부진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씨티그룹 보고서는 만일 중국이 미국 대신 한국의 반도체 칩을 더 사게 된다면 아시아에서 부정적 영향을 일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황 사이클을 고려하더라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날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 이후 반도체 매출이 4분기 이상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3분기 연속 감소한 적은 과거 5차례 있었지만 4분기 연속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 5G 네트워크 장비: 맑음

미국 외 일본·호주·뉴질랜드 등이 5세대(5G) 통신 시장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치열하게 다퉈온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일본 도쿄에서 NTT도코모와 KDDI 관계자들과 만나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시작될 5G 서비스 안착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이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통신3사 중 유일하게 5G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는 불확실성이 생겼다.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 이후 LG유플러스의 장비 조달에 변동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측은 “화웨이로부터 기지국 장비를 조달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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