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과 인내가 큰 열매 맺는 법… 시장 나빠도 전략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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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의 한 수]KB자산운용 심효섭 액티브본부장

KB자산운용 심효섭 액티브운용본부장은 “시장이 어려울 때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함께 참아준 고객이 나중에 좋은 성과를 얻고 ‘고맙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KB자산운용 심효섭 액티브운용본부장은 “시장이 어려울 때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함께 참아준 고객이 나중에 좋은 성과를 얻고 ‘고맙다’고 말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흔들리지 않고 당초 운용 전략을 고수한 게 효과를 본 셈입니다.”

KB자산운용 심효섭 액티브운용본부장(46·상무)은 액티브운용본부 대표 펀드의 장기 성과가 좋은 이유에 대해 묻자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눈앞의 수익률을 지키느라 흔들리기 쉽다”며 이렇게 답했다. 액티브운용본부는 펀드매니저가 국내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고팔아 시장 수익률보다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 본부장의 가장 큰 자부심은 2009년 1월 펀드매니저가 된 이후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의 1년간을 제외하고는 매년 시장보다 나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점. 그는 “이런 성과 때문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수탁금액이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액티브운용본부 순자산(펀드 설정액+투자 수익)도 그가 본부장이 될 당시인 2017년 11월 3조7000억 원에서 현재 6조 원으로 증가했다.

○ “강단 있는 투자자가 이긴다”

그의 투자 전략은 구조적인 성장 요인을 확보한 회사에 장기 투자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거나 혁신적인 제품을 새로 내놓는 회사, 또는 글로벌 환경이 바뀌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더 많이 팔 수 있는 회사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을 담은 대표 펀드는 KB한국대표그룹주자펀드와 KB그로스포커스자펀드다. 심 본부장의 기획으로 2009년 8월 탄생한 KB한국대표그룹주자펀드와 2002년 11월 출시한 KB그로스포커스자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각각 53.06%, 352.23%다. 다만 두 펀드의 순자산은 2016년 이후 크게 감소했다. 심 본부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손실을 기록하던 펀드가 2016년 이후 원금을 회복하자 환매가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그 이후에도 많은 수익을 냈는데 투자자들이 일찍 빠져나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심 본부장은 투자자에게 요구되는 기질로 ‘강단’을 꼽았다. 심 본부장은 “시장이란 원래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좋은 펀드를 선택했다면 조금 손실이 나더라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며 “결국은 참고 기다리는 투자자가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장기성과 좋은 펀드가 정답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게 좋은 펀드일까.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펀드매니저가 투자 전략을 준수하는지 여부. 심 본부장은 “투자 전략이야 워낙 다양해 그들 사이에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면서도 “시장이 좋지 않을 때도 펀드매니저가 투자 전략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투자 전략을 고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한 적이 있다. 2014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 이후 대형주들이 폭락하고 중소형주들이 상승했을 때의 일이다. 대형주 폭락은 그가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후 1년이 거의 되도록 손실이 계속되자 그도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형주를 편입한 펀드매니저들은 다양한 행태를 보였다. 중소형주가 계속 오르자 수익률을 지키려고 뒤늦게 편입 종목 일부를 중소형주로 갈아타는 펀드매니저도 생겨났다.

그 역시 흔들렸지만 그는 투자 대상 기업들을 자주 탐방하면서 초조함을 견뎌냈다. 탐방을 계속할수록 점점 이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는 그가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그의 예상대로 2016년 들어 대형주들의 주가가 상승 반전했다. 심 본부장이 운용을 총괄하는 두 펀드는 그해에 그동안 까먹은 수익률을 모두 만회했다. 반면 중소형주를 뒤늦게 추종한 대형주 펀드매니저들은 낭패를 봤다. 심 본부장은 “당시 새삼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했다”며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을 고수해 가면서도 펀드매니저가 자주 바뀌지 않는 펀드가 좋은 펀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해당 펀드가 투자 전략을 고수하는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심 본부장은 “대체로 투자 철학을 고수하는 펀드는 장기 성과가 좋은 법”이라면서 “장기 수익률이 좋은 펀드 중에서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장기 투자#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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