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하고싶어도 못한다는 2030 “청년수당 큰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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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퇴사후 재취업 준비 24세女
“허리 다쳐 모아놓은 돈 다 사용, 수당 없으면 공부 포기해야할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22세 男
“세금낭비란 비판 할 수 있지만 미래세대 돕는다 이해했으면”


안경을 끼고 영어 단어가 잔뜩 적힌 프린트를 들여다보는 여성, 샛노랗게 염색한 머리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남성…. 14일 오후 2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실 앞에 2030 청년 수십 명이 모였다. 올해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게 된 사람들이다. 이날 다목적실에서는 청년수당 사용 방법이나 유의 사항 등을 설명하는 제1차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16일까지 청년수당을 받는 약 5000명이 11차례로 나뉘어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청년수당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한 달에 5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주 30시간 이상 일하고 있거나 3개월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로 정기 소득이 있으면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포퓰리즘성 현금복지이며 사지 멀쩡한 청년에게 돈을 뿌려 나태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 만난 청년수당 수혜자들은 이런 시선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자신들의 사정을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저 역시 일을 해본 사람이라서 그런 비판이 충분히 이해돼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소기업에서 2년 9개월간 일했다는 김지연(가명·24·여) 씨도 그랬다. 경리 업무 등을 맡았던 김 씨는 일을 하면서 학사학위를 따고 싶어졌다. 임금에는 큰 불만이 없었지만 주어지는 업무가 대졸 입사자와 차이가 있고 실제로도 역량에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즈음 허리디스크를 심하게 앓다가 김 씨는 재작년 7월 퇴직했다. 그간 모은 돈은 모두 치료에 썼다. 고정 직업 없이 불규칙적으로 일하시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긴 미안했다.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재취업할 생각인 김 씨에게 청년수당 50만 원은 의미가 크다. 3학점짜리 강의가 과목당 3만∼5만 원인데 학위를 따려면 140학점 이상을 수강해야 한다. 김 씨는 “몸이 더 좋아지면 아르바이트라도 하겠지만 당장은 청년수당이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청년들이 청년수당을 받아서라도 일하려고 노력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구장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호준 씨(22)는 구 홈페이지에서 청년수당 공고를 봤다. 그저 몇 달 돈을 받는다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라도 숨을 돌리고 진로 계획을 짜보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청년수당을 신청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생각이라는 이 씨는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세대 간에 서로 주고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일할 젊은 세대가 나이 든 세대의 연금을 책임지지 않겠느냐. 기성세대의 몫을 빼앗는다고 보지만 말고 미래를 위해 우리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나래 씨(30·여)는 청년수당이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이해한다고 했다. 김 씨는 “막노동이라도 하라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진로를 잘 정하고 싶다”며 “청년실업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으로 봐주면 좋겠다. 젊다고 모두가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청년수당을 받아 증명사진을 다시 찍고 인터넷 동영상 강의와 독서실 비용을 내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청년수당 신청자는 1만3945명으로 2.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년수당 수혜자의 미취업 기간은 만 19∼24세(1800명)가 8개월 이상, 만 25∼29세(1763명)가 38개월 이상, 만 30∼34세(1785명)가 36개월 이상이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청년수당#알바#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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