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우주탐사 - 극지연구 - 핵실험… 여성과학자들의 빛나는 활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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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8년 노벨 물리학상 여성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 [2]1969년, 마거릿 해밀턴이 자신의 팀과 함께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 옆에 서 있다. 1960년대 말에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코드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써야 했다. [3]남극해에서 연구 중인 전미사 연구원. 바닷속 미세조류를 찾기 위해 고무보트에서 바닷물을 채취하고 있다. ⓒUniversity of Waterloo·ⓒ위키미디어·ⓒ전미사
[1]2018년 노벨 물리학상 여성 수상자인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 [2]1969년, 마거릿 해밀턴이 자신의 팀과 함께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 옆에 서 있다. 1960년대 말에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코드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써야 했다. [3]남극해에서 연구 중인 전미사 연구원. 바닷속 미세조류를 찾기 위해 고무보트에서 바닷물을 채취하고 있다. ⓒUniversity of Waterloo·ⓒ위키미디어·ⓒ전미사
‘210, 181, 216, 3, 5, 12.’

이 숫자들의 정체가 뭘까요? 1901년부터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수상한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의 메달 수예요. 이 중 여성 과학자가 받은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의 메달 수는 3개, 5개, 12개에 불과하지요. 117년 동안 여성 과학자가 받은 노벨상은 합쳐서 20개, 겨우 3%뿐이랍니다.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캐나다 워털루대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괴페르트 메이어에 이은 3번째 수상자예요. 무려 55년 만의 일이죠.

○ 여성 과학자 왜 적을까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는 왜 이렇게 적을까요? 우선 여성 과학자의 수가 남성 과학자보다 적기 때문이에요. 미국 정부가 2011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의 76%가 남성, 24%가 여성으로 나타났어요. 우리나라도 비슷해요. 여성 과학기술인은 전체의 19.3%(2016년 기준)로 나타났어요.

여성 과학자는 왜 이렇게 적을까요? 대표적으로 사회적 편견을 들 수 있어요. 여성은 근대과학이 만들어지던 시점인 16∼17세기부터 과학계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어요. 남성 과학자들은 여성이 권위 있는 과학자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여성이 학회에 참가하는 것을 막았죠. 학교에서는 여성에게 과학이 아닌 집안일을 가르쳤고요.

이런 사회적 편견은 다시 여성이 과학에 흥미를 잃고 공부를 그만두게 만들 수 있어요. 과학계에 여성이 적어지면 과학계 내부의 문화는 더욱 남성적으로 되고, 그만큼 여성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요. 그러면 여성 과학자의 수는 더욱 줄어들고, 이는 다시 ‘여자가 과학을 못한다’는 오해와 악순환으로 이어지죠. 여성 과학자가 적은 것은 단순히 여자가 과학을 못하기 때문이 아닌 거예요.

○ 우리가 몰랐던 여성 과학자들

최초로 인류를 달에 보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계획에는 남성 우주인만 참여했어요. 하지만 지상에서 탐사 계획을 세운 과학자 중에는 여성도 있었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컴퓨터 과학자인 마거릿 해밀턴이에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그는 NASA의 프로그램 개발에 합류했어요. 해밀턴이 이끈 팀은 아폴로 우주선을 안전하게 달에 착륙시킨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비상 상황을 대비해 프로그램에 추가한 경고 기능은 컴퓨터가 고장 날 뻔한 아폴로 11호를 구하기도 했지요.

원소 중에는 불안정한 것들이 있어요. 이런 원소들의 원자핵에 양성자나 중성자를 쏘면, 더 작은 원자핵으로 갈라지면서 큰 에너지를 방출하죠. 이런 현상을 ‘핵분열’이라고 해요. 1939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는 핵분열의 원리를 발견했어요. 독일의 화학자들은 그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2년 새로 발견한 109번 화학원소의 이름을 ‘마이트너륨’으로 지었답니다.

미국의 유전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은 움직이는 유전자를 최초로 발견했어요. 1945년, 그는 한 자루의 옥수수에서 서로 다른 색깔의 옥수수 알갱이가 자라는 것을 관찰했어요. 그 이유가 색깔을 정하는 유전자가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요. 이 공로로 매클린톡은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답니다.

○ 나도 여성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종이에 과학자를 그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완성된 과학자는 어떤 모습인가요?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피부색은 어떤가요? 이 실험은 ‘과학자를 그리다’라는 유명 연구예요. 데이비드 웨이드 챔버스라는 과학사학자가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알아보기 위해 시작했지요.

올해 초, 미국 노스웨스턴대 심리학 박사과정 연구원인 데이비드 밀러는 지난 50년간 2만여 명의 아이들이 그린 과학자의 그림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1960년대에는 어린이들이 그린 과학자 중 0.6%만 여성이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여성 과학자가 28%로 증가했어요. ‘과학자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최근 과학 분야의 여성 비율은 많이 증가했어요. 미국의 경우, 2017년에는 생명과학 분야 여학생의 비율이 54.4%로 남학생을 넘어서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도 과학과 공학을 공부하는 여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 2016년에는 전체의 28.7%까지 늘어났답니다.

하지만 과학을 공부하는 여성들은 아직도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해요. 이런 여성을 돕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라는 단체가 있어요. 이곳에서는 과학자가 되고 싶은 여학생들을 위해 강연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과학자를 소개하고 알리기도 해요.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 과학자들을 도와주는 일도 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극지연구소 극지해양과학연구부 전미사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남극 세종과학기지 제23차 월동연구대 대원으로 활동 중인 그는 “미세조류의 아름다움에 반해 극지로 떠났다”고 합니다.

“극지에 사는 미세조류가 너무나 아름다운 거예요. 그래서 꼭 남극에 가서 미세조류를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월동대원으로 뽑혔을 때, 유일한 여자여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남극에서의 연구는 정말 힘들어요. 고무보트에서 8시간 넘게 바닷물을 푸는 일을 하면 화장실도 못 가고, 손가락은 끝까지 얼어붙죠. 처음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힘든 작업에서 제외되고는 했거든요. 그래서 칼과 테이프를 들고 다니면서 더 열심히 작업했어요. 의욕과 열정만 있다면 어느 위치에서든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창욱 어린이과학동아 기자 changwooklee@donga.com
#우주탐사#극지연구#핵실험#여성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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