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한국경제에 ‘G2 폭탄’… 정부 구두개입에도 ‘금융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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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 갈등에 증시-환율 출렁

악재가 중첩돼 있는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9일 ‘G2발(發)’ 폭탄이 추가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전날 시장 안정을 위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재로선 미중 무역갈등이 타결보다 확전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무역협상이 불발되면 중국은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관보에 관세 추가 인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도 ‘반격 조치’를 예고하고 나섰다.

○ G2발 ‘검은 목요일’

9일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약세로 출발해 후반으로 갈수록 낙폭을 키웠다.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했던 외국인도 이날은 2000억 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둘째 주 목요일인 주식옵션 만기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4.07%), SK하이닉스(―5.35%)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거 약세를 보였다. 한국 증시와 원화가치 하락폭은 주변국에 비해 두드러진다.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48%, 일본 닛케이종합주가는 0.93% 떨어졌지만 한국 증시는 3% 이상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이 무역전쟁에 특별히 더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대중(對中) 수출 부진과 반도체 경기 악화로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기는 와중에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에 퍼지면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외 기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관세율이 1%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65% 줄어들 것으로 봤다. 감소 폭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코스피 하락의 트리거(방아쇠)가 되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너무 약해져 있어 대외 악재에 더 움츠러든 측면도 있다”고 했다.

물론 두 나라 간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면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면서 증시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말에도 미국과 중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을 하면서 시장이 회복됐다”며 “지금 같은 하락세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양국의 극한 대치, 10일까지 합의안 도출 난망

미중 양국의 강 대 강(强對强) 대치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내일 (워싱턴에) 온다.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그들은 합의를 깨뜨렸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1년에 1000억 달러(약 117조 원) 이상을 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관세 인상 의지를 강조했다. USTR는 이날 연방 관보 사이트에 대중 관세 인상을 게재하며 대통령의 위협을 공식화했다. 공고안에 따르면 10일 오전 12시 1분부터 2000억 달러(약 234조 원)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기존 10%에서 25%로 오른다.

중국 정부는 약 2시간 후 반격에 나섰다. 상무부는 8일 오후 11시 23분 홈페이지에 대변인 담화를 올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미국이 관세 조치를 실시하면 중국도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9일 오후 브리핑에서 “중국은 이미 (무역협상 결렬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끝냈다.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결심과 능력이 있다”고 했다.

양국은 강한 압박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계산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핵심 사안을 합의문에 명기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이를 합의문에 포함하지 않고 행정조치, 규제 등을 통해 반영하겠다며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막판에 합의 내용을 뒤집으려 해 트럼프 대통령의 화를 돋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양국 협상단이 10일까지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앨릭 필립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0일 미국이 대중 관세를 인상할 확률이 60%”라고 점쳤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무역전쟁 장기전도 감수할 것”이라며 정부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環球)시보는 9일 “(중국 정부가) 기업의 손실을 줄이기 위한 각종 조치 등의 준비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9일 류 부총리가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신민기 minki@donga.com·위은지 기자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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