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5·4운동 정신은 애국” 강조했다가 역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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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전문가들 비판 나서… “애국 이전에 국가의 역할 얘기해야
新문화운동에 끼친 공헌도 인정을”

최근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100주년을 맞은 5·4운동의 핵심 정신으로 애국(愛國)과 애당(愛黨)을 강조하자 친정부 성향의 인사마저 정치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4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궈위화(郭于華)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가 인민을 가리키는지 고향인지 문화인지 국가기구인지 정치수단인지 애매하다”며 “애국을 말하기 전에 반드시 국가가 무엇인지 말해야 한다. 어떤 형식이든 애(愛)를 강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가는 목적이 될 수 없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중국은 개인주의가 발전하지 않고 집단주의를 강조해 국민이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를 대변해 온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장도 “중국의 집권당(공산당)이 5·4운동의 애국주의 측면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중국인인 그는 “5·4운동이 신(新)문화운동에 끼친 공헌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베이징대 싱가포르 동문회가 4일 싱가포르에서 연 5·4운동 100주년 강연에서 “중국은 문화 계몽이 부족하고 정치 계몽이 과도하다”며 “문화 계몽은 반드시 정치 계몽보다 훨씬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화를 반대하고 복고만 강조하면 중국은 반드시 후퇴하고 세계에서 탈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 예오 전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같은 강연에서 “5·4운동의 유훈으로 계속해서 외국에 저항하는 것을 강조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며 “오늘날 중국은 단단히 쥔 주먹이 아니라 우의의 두 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시진핑#5·4운동#베이징대 싱가포르 동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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