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간의 집은 어떻게 진화해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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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존 S 앨런 지음·이계순 옮김/368쪽·1만8500원·반비

인간은 집을 어떤 것으로 느끼는가. 어떤 이득을 얻기 위해 집을 상상하고, 그 생각에 맞추어 집을 짓는가. 인간의 진화와 집의 발달은 어떻게 보조를 맞춰 왔나.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재화를 투여하는 ‘집’을, 저자는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풀어내려 시도한다.

집은 대체로 인간에게 편안함과 안전, 통제의 느낌을 주는 공간이다. 바깥세상에서의 고투를 회복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동물이 집을 짓지만, 인간의 집짓기가 말벌이 집을 짓는 것처럼 본능 속에 프로그래밍되어 있지는 않다. 인간의 집이란 철저히 문화와 대뇌 활동의 산물인 것이다. 유인원들이 복잡한 집을 짓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간의 주택은 비슷한 종들 중에서도 특화된 문화이기도 하다.

저자는 고고학자 글린 아이작의 이론을 인용해 200만 년 전 인류가 음식과 필요한 것들을 얻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근거지’를 갖고 있었다며 그것이 집의 기원일지 모른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그 근거지는 오늘날의 주택보다는 회사의 원형에 가깝게 여겨진다.

존 업다이크가 ‘텔레비전은 원시시대의 불’이라고 설명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거기엔 빛, 소리, 억제된 움직임, 그리고 집중이 있다. 현대에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가족이 모여 앉듯이, 150만 년 전 ‘불’이 가족과 결합하면서 오늘날의 집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한편으로 인류학자 허디는 인간을 ‘협력적 양육자’로 보는 관점을 내세운다. 이런 관점에서는 ‘육아실’이 인간이 집을 갖게 만든 시작이 된다.

책 서두에 제시한 관점과 담론은 풍성하지만, 본론으로 나아갈수록 증명된 이론보다 가설에 가까운 주장이 많고, 확실한 관점들은 이미 알려진 내용들과 여럿 겹친다. 이런 점에서 인지신경과학을 토대로 하는 음악학(Musicology) 이론서들과도 어딘가 닮아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존 s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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