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 켜고 끄고 냉난방도 알아서 ‘척척’…똑똑한 에너지 관리의 비밀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8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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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방문한 경기 안양시에 위치한 LS산전 안양 연구개발(R&D) 캠퍼스. 지하3층, 지상9층짜리 이 건물은 겉보기엔 주변 건물과 별 차이가 없지만 내부에는 특별한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빈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등 스위치를 켤 필요 없이 자동으로 불이 들어왔다. 문을 닫고 회의실을 나오면 불은 다시 자동으로 꺼진다. 사무실과 회의실마다 설치된 내부 센서가 직원들의 출입 여부를 인식해 조명을 켜고 끄는 것은 물론 냉난방 장치까지 제어해 실내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7층 이상 고층 창가에 설치된 블라인드는 일조량과 실내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직원들의 쉼터 공간인 옥상에는 태양광패널과 실시간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알려주는 계기판이 설치돼 있다.

‘똑똑한’ 에너지 관리의 비밀은 건물 지하1층에 있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통합운영센터에 있었다.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은 에너지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차세대 기술로 공장, 건물 내 에너지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통합 시스템을 의미한다. 건물이나 공장의 에너지사용을 한 치의 낭비 없이 실시간 관리하는 것이다.

LS산전은 2015년 3월 전 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과 에너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양 R&D캠퍼스를 세웠다. 2015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가한 195개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나오기도 전이다.

LS산전은 국내 산업시설의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기술로 해결해보겠다며 선제적으로 나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소비는 산업(62%), 건물(21%), 수송(18%) 순으로 공장 등 산업시설과 대형 건물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력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55%)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은 2배다. 그만큼 에너지 다(多)소비형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안양R&D캠퍼스에 적용된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기술은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준공 이듬해엔 에너지공단이 국내 첫 BEMS 건물로 지정했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그린빌딩 공모전인 ‘APIGBA’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연영호 LS산전 연구지원팀장은 “스마트그리드 시대의 전초 단계로 스마트 에너지 기술을 집약한 빌딩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라며 “연간 에너지 사용량 10%, 온실가스 12TOE(석유환산 t)의 감축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양R&D캠퍼스는 에너지 사용량 절감량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에너지 소비 패턴을 공유해 직원들의 솔선수범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연 팀장은 “실험장비 사용량, 컴퓨터 사용량 등 개인 에너지 소비 패턴을 빅데이터화 해 제공함으로써 직원 스스로 합리적 에너지 소비를 하는데 앞장서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S산전은 BEMS의 성공적인 도입을 생산시설에도 확대 적용했다. 2015년 7월 67억 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2사업장에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구축한 것이다. 청주2사업장 역시 FEMS 스테이션에 구축된 중앙제어센터에서 공장 전체 에너지 사용 현황을 관리하면서 연간 약 1억1000만 원 이상의 전기료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정호 LS산전 청주사업장 지원혁신팀 매니저는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공장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어 설비 안정성까지 높아졌다”고 전했다.

청주2사업장은 또 2017년 4월 기존 태양광 2MW 발전설비에 1MW급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연계해 필요한 전기는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LS산전 측은 청주사업장 기준으로 기존 태양광 발전의 연간 전력 판매 매출은 약 5억7000만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LS산전은 전체 건물 에너지 사용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공장과 산업체를 비롯해 대형 빌딩과 백화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이다. 앞서 정부도 2017년부터 신축 공공기관에 BEMS 설치를 의무화했다. 연간 100여 개 건축물에 적용돼 매년 약 200억 원 규모의 신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리서치’는 전 세계 BEMS 시장이 2012년 18억 달러(약2조1000억 원)에서 2020년 6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연 15.6%씩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 팀장은 “이미 BEMS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만큼 글로벌 스마트 빌딩 시장으로 공략 대상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양=허동준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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