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탄테러는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테러 복수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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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 의회 출석해 밝혀… 과격 이슬람단체 NTJ 배후 지목
IS, 뒤늦게 “이번 테러는 우리 소행” 사망자 321명… 외국인 최소 38명

부활절인 21일 발생한 스리랑카 연쇄폭탄 테러가 지난달 15일 뉴질랜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의 복수극이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정부가 참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23일 기준 테러 사망자는 321명으로 늘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루완 위제바르데네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예비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에서 무슬림을 상대로 한 테러의 복수 목적이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 같은 추론에 대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는 20대 백인 우월주의자 남성이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두 곳에 총격 테러를 가해 50명이 숨졌다. AFP통신은 21일 또 다른 호텔에서도 테러 시도가 있었지만 실행되진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테러 배후로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NTJ’를 지목했다. 라닐 위크레마싱헤 총리는 이날 “스리랑카인 용의자 4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NTJ는 2009년 동부 지역에서 설립됐고 강경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수니파 살라피즘’을 추종한다. 2015년 이후 소속원 중 일부가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중동에 갔고 이들이 스리랑카 내 무슬림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정보당국은 NTJ 지도자로 알려진 무함마드 자흐란의 존재도 인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자흐란은 3년 전부터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를 당국에 알렸으나 정부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은 NTJ가 IS 같은 국제 테러조직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조사 중이다. 위제바르데네 장관은 방글라데시 테러단체 ‘자마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의 인도 지부가 NTJ와 협력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IS는 “이번 테러는 우리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테러 2주 전인 이달 4일 정부가 미국과 인도 정보당국으로부터 테러 경고를 전달받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정황도 드러났다. WSJ에 따르면 이 정보엔 특정 단체명이 거론되지 않았으나 정보당국이 9일 경찰청에 전달한 안내문에는 NTJ가 명시됐다. 사전 경고가 무시된 원인으로 대통령과 총리 간 불협화음 등 정쟁(政爭)이 꼽힌다. 지난해 10월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위크레마싱헤 총리를 해임한다고 밝혔다가 철회했다. 둘 사이는 아직 껄끄럽다.

AP통신은 테러 사망자 중 덴마크 중국 등 12개국 출신 외국인이 최소 38명 포함됐다고 전했다. 아이 45명도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수도 콜롬보에서 희생자들의 첫 합동 장례식도 열렸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스리랑카#부활절#폭탄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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