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관예우는 ‘예우’가 아니라 반칙이며 범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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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 등 공직에 근무하다 개업한 지 2년 이내인 전관(前官) 변호사와 일반 변호사의 사건 수임 건수 격차가 최근 7년간 두 배로 벌어졌다. 지난해 전관 변호사의 사건 수임 건수는 서울의 개업 변호사 평균의 3배 가까이 됐다. 같은 기간 전관예우를 막으려고 변호사법을 6차례나 고치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도 제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법원, 검찰에 근무했던 경력에 기대어 전관 변호사들이 쉽게 큰돈을 버는 현실은 법조계 전체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현직 판검사들이 옛 상사, 동료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전관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릴 이유가 없다. 법조계 전·현직의 음험하고 부당한 유착이 전관 변호사들을 배불리고 있는 것이다.

전관예우는 단순히 편의를 베푸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건 관련자나 소송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범죄다. 그 피해자는 고액의 전관 변호사를 수임할 형편이 안 되는 수많은 평범한 시민이다. ‘예우’라는 표현 자체가 어불성설인 반칙이며 ‘법 앞에 평등’이라는 사법정의 구현을 가로막는 공적(公敵)이다.

전관 변호사들에게 사건이 몰리는 현실은 불법 변론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맡으면 변론을 부실하게 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고액 수임료를 받는 전관 변호사가 판검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법정 밖에서 불법적인 변론을 할 가능성도 크다.

전관 변호사가 사건 수임을 독점하는 법률 시장의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학연과 지연, 사법연수원 기수 등을 중시하는 법조계의 폐쇄적인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법원과 검찰이 전관예우 의심 사례 신고를 받고 조사하는 기능을 강화해 일벌백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직 판검사들은 자신들이 전관에게 베푸는 호의와 예우를 국민들은 현직 자신들도 퇴직 후 특혜받기 위해 기득권 구조를 유지하려는 적극적 동참 행위로 본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공정사회를 위협하는 반칙이며 법치주의의 신뢰를 흔드는 범죄인 전관예우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전관예우#김영란법#청탁금지법#전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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