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석탄 비중은 빠진 ‘에너지 대계’… 전기요금 인상 불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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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에너지기본계획안 현실성 의문
신재생 비중 20년뒤 4배로 확대… 전문가 “대단히 도전적 목표치”
발전단가, 원전보다 3배 비싸
정부, 전기료 부분은 설명 안해… 반대측 “탈원전 짜맞추기” 반발

공청회 참석한 울진 주민들 “원전 건설 재개하라” 정부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경북 울진의 일부 주민들이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 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공청회 참석한 울진 주민들 “원전 건설 재개하라” 정부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 공청회에서 경북 울진의 일부 주민들이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 4호기 건설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크게 높이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중단 없이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따라올 수밖에 없는 원자력발전, 석탄발전 축소에 대한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아 5년 단위로 ‘에너지 대계(大計)’를 세운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탈원전 반대 측에서는 19일 정부 공청회 뒤 기자회견을 통해 “정책 추진을 멈추게 하도록 헌법소원을 하겠다”며 반발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원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데도 이에 대한 대책이나 설명은 없이 ‘최종 소비를 감축시키겠다’는 의욕만 내세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 현실성 있나

지난해 11월 민간자문기구인 ‘에너지기본계획 워킹그룹’은 정부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25∼40% 수준으로 올리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 중 중간치인 30∼35%를 계획 목표치로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말 내놓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겠다고 한 것을 감안하면 그때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워킹그룹 간사를 맡고 있는 임재규 에너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도 대단히 도전적인 목표치”라고 했다. 그는 “지역에 따른 주민수용성 문제, 설비 비용 문제 등에서 난관이 있는 수치이기 때문에 도전적이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이 때문에 이 목표가 현실성이 있느냐는 말이 나온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목표치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5년 전인 2014년 1월 확정한 2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서는 1차 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보급목표율을 11%로 잡았었다. 이마저도 ‘1차 에너지 중 비율’이기 때문에 이번처럼 기준을 ‘발전 비중’으로 바꿔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역으로 이번 목표치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 전기요금 인상 우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 없이 상대적으로 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 평균 전력구입단가 통계에 따르면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62.18원, 석탄 83.19원, 액화천연가스(LNG) 122.62원, 신재생에너지 179.42원이다.

정부는 이번에 전기요금 상승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원가 비용과 외부 비용을 적기에 반영하겠다”는 원론적인 반응만 보였다. 또 전기 등 최종에너지 소비를 2040년까지 ‘기준수요 전망(BAU)’ 대비 18.6% 줄이겠다는 수요억제 목표치를 제시했다. BAU는 현재의 정책요건과 소비패턴이 그대로 유진된다는 가정 아래 전망하는 수치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비싼 비용이 드는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은 요금을 올릴 의지가 있느냐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데, 요금 현실화에 대한 대안 내지 설명이 없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 백년대계 맞나

에너지기본계획의 취지는 중장기 에너지 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기본계획에 맞춰 에너지원별 계획을 다시 세운다. 앞서 1,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정부는 2030년, 2035년 원전설비 비중을 각각 41%, 29%로 잡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탈원전 정책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수치를 제시하면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공청회는 탈원전 찬반 세력들이 서로 다른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대립했다. 반대 측은 이번 기본계획을 법정으로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박상덕 원자력정책연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안보, 경제발전, 국민안전, 환경보호, 미래세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단지 정부의 탈원전 공약 이행을 위한 짜맞추기식 목표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문재인 정부#에너지기본계획안#신재생 에너지#전기요금#탈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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