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커브, 지긋지긋한 불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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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 ERA 0.26… LG 에이스 윌슨
빠르고 뚝 떨어지는 ‘마구 커브’에 몸쪽 승부욕 장착, 타자 ‘절레절레’
승운은 없어 개막 2연승 뒤 잠잠

0.64→0.43→0.33→0.26.

LG 외국인 1선발 투수 윌슨(30·사진)의 평균자책점 변화다. 이번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전한 지난달 29일 롯데와의 방문경기에서 첫 자책점 1점을 내준 뒤 17일 현재까지 5경기에서 내준 자책점은 이 1점이 유일하다.

웬만해선 윌슨을 공략할 수 없다. 현재까지의 파죽지세 분위기를 보면 그렇다. 윌슨은 현재 KBO리그에서 규정 이닝(20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0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KBO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34와 3분의 2)을 소화하고도 그렇다. 심지어 경기에 나설 때마다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윌슨은 리그 2위인 SK 산체스(30·평균자책 1.13)와도 격차를 계속 벌리고 있다.

윌슨의 주무기는 ‘강속 커브’다. 이번 시즌 커브 최대구속은 시속 133km. 120km 후반대 커브를 어렵지 않게 뿌린다. 일반적인 빠른 커브 구속이 120km 중반 정도다. 커브의 구속이 빠르면 낙차가 작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윌슨의 커브는 공의 회전수도 다른 투수보다 많아 낙차가 줄지 않는다. 빠르면서도 뚝 떨어지다 보니 상대 타자는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하게 되거나 예상하고 공을 맞혀도 범타가 될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번 시즌 크게 상승한 윌슨의 자신감도 강점이다. 지난해 윌슨과 함께 LG에서 선수 생활을 한 봉중근 KBS 해설위원은 “처음 KBO리그에 합류한 지난해에는 몸쪽 승부를 잘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몸쪽 공을 과감하게 던지고 있다”며 “정밀하게 제구가 되면서 빠르기까지 한 공들을 안쪽 바깥쪽으로 섞어 던지면 타자는 피곤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KBO 리그를 1년 경험하고 쌓인 자신감이 압도적인 경기력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윌슨을 상대하는 팀들도 혀를 내두르고 있다. 10일 잠실에서 LG와 방문경기를 치른 삼성 김한수 감독은 경기 다음 날 “윌슨 공 정말 좋던데요. 안쪽 바깥쪽으로 낮게… 어휴∼”라고 혀를 내두르며 칭찬했다.

이처럼 상대팀 수장까지 감탄하게 만드는 윌슨에게 유일하게 부족한 것이 바로 운이다. 5경기에서 2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4일 한화와의 방문경기에서는 타선이 받쳐주지 못해 승리 요건을 만들지 못한 채 교체됐다. 10일 삼성전 안방경기에서는 6회 5점 차 무실점으로 호투하고도 7회 2루수 정주현의 실책으로 타자 구자욱을 내보낸 이후 볼넷과 안타를 연이어 내주며 4실점(비자책)하고 물러나야 했다. 16일 NC전 방문경기에서도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우찬이 8회 동점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윌슨이 잘 던져주고 있는데 승리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lg 트윈스#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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