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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피해 황급히 뛰어내려갔지만… ‘악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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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피해 황급히 뛰어내려갔지만… ‘악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주=김정훈 기자, 박상준 기자 , 김자현 기자 입력 2019-04-18 03:00수정 2019-04-1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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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묻지마 방화 살인]새벽 아파트 ‘지옥 같았던 25분’ “위이이잉.”

17일 오전 4시 25분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 화재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불이야”라는 외침이 들렸다. 불이 난 곳은 406호. 평소 이웃들에게 자주 난동을 부리던 안모 씨(42)의 집이었다. 안 씨의 집 베란다 창밖으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파트 1∼10층에 사는 80가구 주민들은 황급히 중앙계단으로 대피하다 2층에서 멈춰 섰다. 어둠 속에 있던 안 씨가 갑자기 막아섰기 때문이다. 안 씨는 양손에 흉기를 들고 있었다.

○ 대피 주민들 기다렸다 무차별 살해


아파트는 경보음과 비명이 뒤섞인 아수라장이 됐다. 안 씨는 잠옷 차림으로 대피하던 주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다. 무방비상태에서 얼굴과 목 등 급소를 공격당한 주민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쓰러졌다. 주민 박모 씨는 “화재경보 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2층 계단 쪽에 쓰러진 4, 5명의 목과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며 몸서리쳤다.

안 씨는 도망가려는 피해자를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다. 주민 김모 씨(55·여)는 안 씨에게 오른팔을 붙잡힌 채 목 주변을 두 차례 공격당했지만, 두꺼운 외투를 입은 덕에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간신히 건물 밖으로 도망친 뒤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는 살아있느냐”며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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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복도식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화재가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중앙 계단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안 씨는 주민들이 집중적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층 계단 주변에서 기다렸다. 주민들에 따르면 안 씨는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주민들을 끌어내기 위해 복도 파이프 배관을 흉기로 두드려 ‘탕’ ‘탕’ 소리를 내고 “불이야”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주민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흉기를 휘두른 뒤 ‘다 죽였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 12세 초등학생, 19세 여고생 희생

안 씨에게 공격당한 사망자 5명과 중상자 3명은 모두 여성과 노인, 장애인 등 약자들이었다. 숨진 희생자는 12세 초등학생,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가 있는 19세 여고생, 그리고 50대 후반과 60, 70대 노인이었다. 한 주민은 “안 씨가 자기보다 덩치가 큰 남성들은 공격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전했다. 화재 대피 요령에 따라 신속히 계단으로 내려온 주민들이 주로 희생양이 됐다. 엘리베이터를 탔거나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화를 피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3분 만인 오전 4시 35분경 현장에 도착했다. 안 씨가 또 다른 공격 대상을 찾고 있을 때였다. 안 씨는 15분간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이 안 씨에게 테이저건을 쐈지만 안 씨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 효과가 없었다. 안 씨는 경찰을 향해 흉기를 집어던졌다. 경찰은 공포탄을 한 발 발사한 뒤 안 씨의 하체를 향해 실탄을 한 발 발사했지만 빗나갔다. 안 씨는 경찰이 다시 실탄을 쏘려고 하자 다른 흉기를 다시 경찰에게 던졌다. 경찰은 안 씨에게 또 다른 흉기가 없는지 확인한 뒤 장봉으로 안 씨를 제압했다.

진주=김정훈 hun@donga.com·박상준 / 김자현 기자
#진주 아파트#묻지마 방화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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