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여성 비하’ 광고 獨호른바흐 불매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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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민들 SNS 항의-매장앞 시위
주독 한국문화원도 항의서한 보내… 호른바흐측 “유감이지만 광고 계속”

배가 불룩한 중년 백인 남성들이 러닝셔츠에 사각팬티 차림으로 정원을 가꾼다. 이들 앞에 하얀 실험복을 입은 남성 2명이 도착했다. 일하던 남성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땀에 젖은 속옷을 벗어 던져준다. 진공 포장된 속옷을 한 젊은 아시아계 여성이 자판기에서 뽑아 냄새를 맡는다. ‘이것이 봄 내음이지’란 문구와 함께 여성이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독일 유명 집수리 기업 ‘호른바흐’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약 46초의 광고 영상이다. 공개되자마자 아시아계 여성 비하이자 인종차별성 광고라며 아시아 교민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아시아 여성이 백인 중년 남성의 땀 냄새에 흥분할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며 성적 비하에 해당한다”며 불매운동에 나섰다. 독일 쾰른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 학생이 제일 먼저 소셜미디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Ich_wurde_geHORNBACHt’(나는 호른바흐 당했다)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항의 청원 요청에는 약 4만 명이 서명했다. 한국 교민들은 호른바흐 매장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일본 교민들도 항의 댓글을 남겼다.

주독 한국문화원은 9일 호른바흐에 항의 서한을 보내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특히 “한국 교민들은 해당 광고가 아시아계 여성들에 대한 잘못된 성 의식을 조장하고, 독일 남성들의 비뚤어진 성적 우월 인식을 보여 매우 불쾌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달 넘게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호른바흐 측은 요지부동이다. 호른바흐 측은 성명을 통해 “아시아인들에게 해당 광고가 차별적으로 느껴졌다면 매우 유감이다. 인종차별적 의도가 없었으며 광고를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여성 비하#호른바흐#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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