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펼쳐진 세월호 리본 “기억할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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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6일 5주기 앞두고… 주말 광화문 2000명 모여 추모
생존학생 “생명 살릴 구조사될 것”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노란 우산을 이용해 거대한 세월호 추모 리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뉴스1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노란 우산을 이용해 거대한 세월호 추모 리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5주기를 사흘 앞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 장애진 씨(23·여)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밝은 갈색 단발머리에 노란 후드티를 입은 앳된 얼굴의 장 씨는 5년 전 ‘그날’ 세월호에 타고 있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 2학년생 가운데 한 명이다.

장 씨는 올 2월 동남대 응급구조과를 졸업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기 전 그의 장래 희망은 유치원 교사였지만 이후 응급구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지난해 응급구조사 자격증도 땄다. 그는 “병원에 취직해 경력을 쌓은 뒤에 소방공무원을 지원해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장 씨는 “기억 물품 받아가세요”라며 시민들에게 노란 리본과 팔찌를 나눠줬다. 장 씨를 알아본 시민들은 “아주 잘 컸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추모제 내내 밝은 표정의 그였지만 연단에서는 “언제든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있다”며 울먹였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시민 약 2000명(경찰 추산)이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들 중 약 500명은 추모 리본 모양으로 선 뒤 노란 우산을 펼쳐 커다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만들었다. 지난달 철거한 ‘세월호 천막’이 있던 한쪽에 서울시가 설치한 기억안전 전시공간에서는 시민들이 전시물을 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직장인 우은영 씨(43·여)는 “워킹맘이라 주말에도 바쁘지만 아침부터 두 딸의 손을 잡고 광장을 찾았다”며 “희생된 아이들을 추모하는 자리에 평범한 시민도 나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수지 씨(30·여)는 “학생들이 살아 있다면 대학생이나 직장인으로 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앞으로도 매년 추모제에 와서 이들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려 사안을 전면 재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단 한 번이라도 ‘빨리 탈출하라’고 했으면 304명이 전부 살았을 것”이라며 “국민을 보호하고 구해야 할 국가가 구하지 않고 오히려 구조 방해만 했다”고 주장했다.

고도예 yea@donga.com·구특교 기자
#세월호 리본#광화문 광장#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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