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美 비밀도시 오크리지… 핵 개발 임무 맡은 여성 과학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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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 걸스/드니즈 키어넌 지음·고정아 옮김/528쪽·2만3500원·알마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 하늘에 인공 구름이 걸렸다. 사망자 14만여 명 가운데 4만 명이 즉사했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역사상 최대의 과학 개발이란 도박에 20억 달러를 썼고 결국 이겼습니다. … 추후 국방장관이 테네시주 오크리지를 비롯한 시설들에 대해 설명할 것입니다.”

방송을 듣고서야 오크리지의 클린턴공병사업소(CEW·Clinton Engineer Works) 사람들은 자신의 역할을 깨닫는다. 비밀 서약과 치밀한 감시….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된다. CEW는 원자폭탄 개발을 위한 시설이었다.

‘아토믹…’은 1940년대 오크리지에서 비밀리에 진행한 CEW를 고증한 논픽션이다. 프로듀서이자 작가인 저자가 당시 CEW 근로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핵 시대의 기원을 되살려냈다. 개인과 집단의 기억, 언론 보도를 다각도로 참고해 역사적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오크리지 인근 주민들은 1940년대 초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하지만 누구도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취득 공고, 몰수 공고, 퇴거 요청’을 거쳐 조성된 특별구역에는 CEW라는 이름이 붙는다. 일꾼들이 모이고 식당과 도서관 등이 들어서면서 이곳은 미니 도시로 변모했다.

일급비밀 과제를 수행하는 군사특별구역이지만 민간인과 여성, 아이들도 함께 살았다. 이탈자도 적지 않았다. “좁은 공간, 고립된 위치, 비밀 유지에 대한 주의로 만성적 긴장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오크리지 여성 근로자와 핵 개발을 주도한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시선이 충돌하며 소설적 재미를 더한다. 계속 승진해도 남성 부하 직원보다 봉급이 적고, 핵심 역할을 하고도 역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짚었다. CEW는 1964년 완전히 폐쇄됐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아토믹 걸스#드니즈 키어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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