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억… “세월호 아이들 잊지 않으려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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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제일장례식장 운영 박일도씨… 5주기 앞두고 중학교 29곳에 전달

“세월호 사고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만든 참사입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 미안한 마음에 자라나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5주기(4월 16일)를 앞둔 10일 박일도 안산제일장례식장 대표(64·사진)는 경기 안산시의 중학생들을 위해 1억150만 원을 기부하면서 본보에 이렇게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안산시내 전체 29개 중학교에 각각 350만 원씩 전달했다. 박 대표가 내놓은 기부금은 각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데 쓰일 예정이다. 박 대표는 “지금도 어려운 환경에 방치된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 등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50여 명의 장례식이 박 대표의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는 모두 304명(사망 295명, 실종 9명)이다. 박 대표는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택했다고 한다.

그는 세월호 사고 한 달 뒤인 2014년 5월 “아이들의 장례로 돈을 벌어 부끄럽다”며 단원고에 5000만 원을 기부했다. 박 대표는 또 교복을 입고 한창 뛰어다녀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수의를 입고 누워 있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박 대표가 ‘교복 기부’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중학교에 진학하는 안산시 내 학생들 중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차상위 계층 자녀들에게 해마다 100여 벌의 교복을 기부했다. 지난해까지 박 씨가 기부한 교복을 입고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500명을 넘는다. 박 대표는 정부가 올해부터 중학교 교복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교복 대신 기부금을 학교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여학생들 중에는 생리대를 살 돈도 없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는 데 기부금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박 대표는 세월호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장례로 돈을 번 것에 대해 “당시엔 입속에 송충이를 물고 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일이기는 했지만 모두가 슬퍼할 때 장례로 돈을 벌었다는 게 부끄러웠다”고 했다. 박 대표는 이런 불편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 건 기부를 결심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나누고 베풀수록 미안한 마음은 줄고 보람은 커졌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세월호 사고가 난 지 5년이 지나면서 희생된 아이들이 조금씩 잊혀져 가는 게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으로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세월호 참사 5주기#1억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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