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사업자-1인 기획사… 신종 고소득자 등 176명 세무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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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광고수익 신고 안한 유튜버 적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 중인 유명 배우 A 씨는 최근 가족 명의로 1인 기획사를 차렸다. 이곳에 소속된 연예인은 A 씨 한 명뿐이다. 그는 기획사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가짜로 월급을 준 뒤 이를 다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 뒷주머니로 몰래 챙긴 돈으로는 가족에게 부동산과 고가의 외제차를 증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A 씨가 탈루한 세금만 약 30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세청은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고소득자 176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10일 밝혔다. 의사 등 전통적 의미의 고소득자는 물론이고 연예인과 프로 운동선수, 유튜버 등 신종 호황 업종에서 일하는 사업자가 조사 대상이다.

한 연예인은 팬미팅을 열며 티켓 수입을 일부러 줄여 신고하고, 소속사에서 부담하는 차량 유지비 등을 본인이 직접 낸 것처럼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연예인 굿즈(연예인과 관련한 각종 상품)를 판 뒤 직원 이름의 차명계좌로 받은 현금 결제액을 신고하지 않은 연예기획사도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프로 운동선수 B 씨는 연봉 계약과 훈련 코치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가 따로 있지만 가족 명의로 별도의 매니지먼트 법인을 만들었다. 이후 이 회사에 각종 비용과 수수료를 지불한 것처럼 꾸며 소득을 실제보다 적게 신고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구글 등 해외 업체로부터 광고 수익을 얻는 유튜버 등 1인 미디어 종사자 15명도 포함됐다. 이들은 광고로 수십억 원을 벌고도 일부러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거나 광고 수익을 신고하지 않아 국세청에 적발됐다.

대표적인 전문직인 의사의 경우 쌍꺼풀 수술을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해 주는 이벤트를 진행한 뒤 수입을 지인의 차명계좌로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국세청에 따르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2017년 기준 10만1884명으로 이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총 63조 원이다. 1인당 평균 6억2000만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10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10년간 전문직 인원은 30% 늘었지만 수입은 113% 늘었다. 당국은 이처럼 고소득 사업자의 수입이 크게 증가했지만 탈세 수법이 지능화하며 변칙적인 탈세가 많아졌다고 판단해 이번에 대규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각 업종 종사자 중 소득이 많은 순서대로 100∼200명을 추려 한국은행 관세청 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수집한 과세자료와 금융정보를 분석한 뒤 탈루 혐의가 짙은 사업자를 골랐다. 이 과정에서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20명의 탈루 혐의가 드러났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사업자 본인 외에 가족 등 관련자를 함께 조사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 이중장부, 가짜 세금계산서 등 고의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당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총 1789명의 고소득 사업자를 조사해 1조3678억 원을 추징했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디지털 온라인 등으로 경제 환경이 변하면서 일부 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차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고소득자가 성실한 납세자에게 허탈감을 주는 탈세 행위를 하는지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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