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건보 확대, 시스템 개혁 없이 감당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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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3년까지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현재의 63%에서 70%로 끌어올리고 영·유아, 난임부부, 저소득층에 대한 건보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41조5800억 원의 추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료를 연평균 3.2% 인상하고, 보험료 부과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한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열린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의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을 발표했다.

현재 건보의 보장률은 독일(85%)이나 일본(80.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8%)에 못 미친다. 감기 같은 작은 병에 걸리면 수시로 병원에 가면서도 암 같은 중병을 앓을 때는 보험 적용이 잘 되지 않는 불합리함도 고쳐야 한다. 외과 수술이나 분만, 응급센터처럼 국민 생명과 직결되지만 병원들이 적자를 본다며 기피하는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보험 수가를 올리고 전담 인력도 늘릴 필요가 있다.

문제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비용이다. 건보 재정은 지난해 1778억 원 적자를 봤다.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을 확대함에 따라 8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올해도 3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보는 등 2023년까지 누적 적자가 10조 원 가까이 될 것이다. 그것도 올해 7조9000억 원이나 되는 국고 지원금을 매년 계속 늘리는 걸 전제로 한 적자 규모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예상된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 정부 예상보다 더 빨리 건보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피부양자 자격을 강화하고 연 2000만 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하겠다지만 구체적 추진 일정과 계획은 빠져 있다. 보험료 부과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물론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건보 관리비를 줄이는 등 지출도 개혁해야 한다. 현재 6%대인 보험료율을 계속 올리려면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건보 재정을 지키려면 의료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정부는 예전부터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한다고 했는데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의료 선진국일수록 환자들이 대형 병원보다 자신의 집과 동네 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수가 조정 등을 통해 동네 의원으로 환자를 분산하고, 방문 의료와 예방·재활 의료를 확대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꾀할 수 있도록 서둘러 의료체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률#건강보험 확대#건강보험 재정#문재인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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