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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글로 표현해보세요… 내가 모르던 속마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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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글로 표현해보세요… 내가 모르던 속마음이 보입니다”

이설 기자 입력 2019-04-10 03:00수정 2019-04-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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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상담자 진은영-김경희 교수…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펴내
한국상담대학원대 교실에서 마주한 진은영(왼쪽), 김경희 교수. 두 사람은 “내담자들은 각기 다른 내면을 지니고 있다. 의외로 어머니에 대해 많은 이들이 ‘외로움’ ‘차별’의 감정을 떠올린다. ‘내 아버지 양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었다’(박성우 ‘두꺼비’)라는 구절에는 주로 남성들이 강하게 공감하며 울컥한다” 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1.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가 쓴 ‘선택의 가능성’의 문장들은 ‘∼를 더 좋아한다’로 끝난다. 50대 주부 이모 씨도 시인을 따라 써 봤다. ‘나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농담을 더 좋아한다. 요리를 잘하는 나보다 유머를 잘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이 씨는 “가족이 좋아하는 것만 좇다가 내가 좋아하는 걸 쓰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2. “‘∼처럼 외롭다’로 한 줄 시를 써 보세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강사의 지시에 따라 ‘도구처럼 외롭다’고 썼다. “아무리 좋은 도구라도 늘 누군가의 요구대로 움직여야 하니 외롭다고 생각해요.” 그의 설명에 교실 안 남녀노소들은 저마다 좋은 딸, 좋은 상사로 살아가는 고단함을 털어놓았다.

한국상담대학원대 학생들이 좋아하는 사진을 오려 붙인 뒤 그에 대한 시를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경희 교수 제공
한국상담대학원대의 진은영(문학상담), 김경희 교수(철학상담)는 지난 5년간 다양한 문학의 치유력을 실험했다. 두 사람이 최근 펴낸 ‘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엑스북스·1만7000원)에는 그 과정과 결실이 고스란히 담겼다. 9일 서울 서초구 대학 사무실에서 만난 그들은 “낯선 방식의 글쓰기는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게 해준다. 이를 통해 가려진 마음의 무늬를 살피고 치유에 이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문학상담은 10여 년 전 국내에 도입됐다. 임상심리상담과 달리 ‘증상 진단-처방’의 수순을 따르지 않는다. 여럿이 모여 작품을 읽고 쓰면서 성숙한 인격에 이르는 과정을 추구한다. 병리적 증상이 아닌 일상의 고민을 다룬다는 점도 의학·심리상담과 다르다.

“감정을 마주하는 데도 연습이 필요해요. 일상적 화법이 아닌 문학의 힘을 빌리면 감정으로의 접근이 수월해지죠. ‘시인의 문장 따라 하기’ ‘사전 형식으로 시 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씁니다. 소설보다 생각을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의 활용도가 높습니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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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서사와 은유를 통해 상처를 드러내면서도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 시적인 방식을 통하면 ‘의무적 청취’에서 자유로워집니다. 같은 주제를 오래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으니까요.”(진)

뜬구름 잡는 문학이 어떤 힘을 발휘하느냐는 의혹도 있다. 시인이기도 한 진 교수는 “문학의 힘은 섬세함에서 나온다”며 “흔히 ‘말할 수 없이 슬프다’고 하는데, 슬픔을 풍부한 언어로 표현하다 보면 그 정체가 명료해지면서 자신의 슬픔을 직시할 수 있다”고 했다.

문학상담은 특히 감정 표현에 소극적인 이들에게 적합한 방식이라고 한다. 반면 문학 전공자나 중년 남성들은 마음을 여는 데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전공자는 자연스러운 표현보다 탁월한 문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중년 남성은 감정이 깊이 억눌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음을 담은 시를 쓴 다음 가까운 이들과 나눠 보세요. 그리고 학교나 직장의 과제라며 동참을 유도하세요. 잠깐의 어색함을 참으면 이겨내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겁니다.”(김)

“나만의 단어 사전이 있다고 상상하면서 인생의 단어를 꼽은 뒤 의미를 적어 보세요. 중요한 가치와 그렇지 않은 것들이 새롭게 보일 겁니다.”(진)

이설 기자 snow@donga.com
#문학 상담#한국상담대학원대#문학 내 마음의 무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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