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리市 재정파탄서 구해낸 38세 지사, 홋카이도 개혁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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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즈키 홋카이도 지사 당선 화제
파산신청 유바리市 파견됐다가 “인생 걸자” 30세에 시장출마 당선
자신 급여 70% 줄이고 공무원 감원… 뼈깎는 구조조정으로 도시 재생
자민당, 親與후보 과반 당선에도 오사카-후쿠오카 패배로 상처

7일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홋카이도 지사로 뽑힌 스즈키 나오미치 전 유바리 시장이 당선을 축하하는 대형 꽃다발을 들고 있다. ‘야당 텃밭’인 홋카이도에서 연립 여당 후보로 당선된 그는 현 지사 중에서 최연소다. 아사히신문 제공
7일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홋카이도 지사로 뽑힌 스즈키 나오미치 전 유바리 시장이 당선을 축하하는 대형 꽃다발을 들고 있다. ‘야당 텃밭’인 홋카이도에서 연립 여당 후보로 당선된 그는 현 지사 중에서 최연소다. 아사히신문 제공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일하겠습니다. 미소가 넘치는 홋카이도를 만들겠습니다.”

7일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홋카이도 지사로 선출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38) 전 유바리(夕張) 시장의 당선 소감이다. 38세의 젊은 나이, ‘꽃미남’급 외모, 야권 강세지역인 홋카이도에서 여권 연합 후보로 당선된 그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재정 파탄 상태였던 유바리시에서 구조조정 등 각종 개혁 정책을 추진해 도지사까지 꿰찬 그의 인생 역정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1981년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난 스즈키 당선자는 고교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모친, 누이와 셋이 살았다. 형편이 어려워 일단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도쿄도청 하급 공무원이 됐다. 호세이대 야간학부를 다니며 공부를 계속했고 대학 권투부 주장도 맡았다. 당시 그를 지도한 감독은 “맞아도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KO패를 당한 적이 없다”고 도쿄신문에 밝혔다.

스즈키 당선자는 2008년 1월 홋카이도 유바리시에 ‘재정 구출대’ 일원으로 파견됐다. 한때 대표 탄광도시였던 유바리는 탈(脫)석탄화 정책 여파로 2007년 중앙정부에 파산을 신청했다. 일본 유일의 재정 파탄 지자체에 부임한 그는 시민 목소리를 담은 재건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1600가구 이상을 직접 찾아 설문조사를 했다. 인기 특산품 ‘유바리 멜론’의 과즙을 이용한 ‘유바리 멜론 팝콘’도 고안했다. 원래 파견 기간은 1년이었지만 본인이 “1년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1년 더 연장했다.

2010년 3월 도쿄로 복귀한 그에게 유바리 시민들이 찾아왔다. “내년 시장 선거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하자 안정적 직장을 버리고 유바리시에 인생을 걸었다. 그는 2011년 통일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연소인 30세 시장으로 뽑혔다. 재선까지 포함해 8년간 줄곧 구조조정에 매달렸다. 자신의 급여부터 70% 삭감했고 일반 공무원 수 및 그들의 급여도 줄였다. 각종 보조금을 폐지하고 주민 관련 시설 유지, 관리를 주민들이 스스로 하게 했다.

올해 2월 홋카이도 지사 출마를 위해 그가 시장직을 사퇴할 때 시청 직원들은 유바리를 무대로 한 ‘행복의 노란 손수건’의 영화 장면처럼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배웅했다. 이번 지사 선거에서 “너무 어리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는 도쿄신문에 “그럴 때마다 ‘돈을 잃으면 작은 것을 잃고, 명예를 잃으면 큰 것을 잃는다. 그러나 용기를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는 서양 격언을 떠올렸다”고 털어놓았다.

광역단체장 11곳과 정부 지정 시 6곳의 시장을 뽑은 이날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총 6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함께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선 이전 선거 때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최대 격전지로 꼽힌 오사카부·시와 후쿠오카현에서 패해 적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오사카부·시 선거에선 지역 보수 정당인 오사카유신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고향인 규슈 후쿠오카현 지사 선거에서 직접 현장을 방문해 전폭 지원했지만 자민당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했다.

4개 지자체에서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하고 당내 파벌에 따라 ‘각개 전투’를 벌인 보수 분열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분열된 곳에서는 당연히 힘든 결과가 나온다. 엄청난 반성을 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 보수 분열을 어떻게 봉합하느냐가 7월 참의원 선거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일본#스즈키 홋카이도 지사#최연소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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