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배출 없고 공기 정화까지… 성큼 다가온 ‘미래형 수소발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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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미래다] <4> 두산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

(주)두산이 2017년 준공한 전북 익산 연료전지 공장의 전경. (주)두산 제공
(주)두산이 2017년 준공한 전북 익산 연료전지 공장의 전경. (주)두산 제공
미세먼지와 탈원전. 최근 국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마주한 거대한 도전이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화력발전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주원인으로 지목받았다. 국내 생산 전력의 4분의 1을 차지하던 원자력발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 전반이 위축됐다.

화력과 원자력 발전 관련 설비 생산과 발전소 시공이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두산그룹으로서는 미래 성장동력과 관련한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환경을 외면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는 데 두산그룹은 공감했다. 이 때문에 두산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친환경 발전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기존의 화력발전 설비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수소연료발전이라는 신사업으로 환경위협을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었다.

○ 친환경 연료전지 발전으로 공기까지 정화

2일 찾은 전북 익산시의 ㈜두산 퓨얼셀 익산공장에서는 수소와 공기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발전시스템의 핵심부인 ‘셀스택어셈블리(CSA)’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소연료전지차에는 작은 스택이 들어가지만 발전용 시스템에는 크기를 키운 여러 개의 스택이 들어간다. 스택 48개를 쌓아서 만드는 CSA는 높이가 2.5m에 이른다.

두산이 연료전지 발전용으로 생산한 ‘퓨얼셀 모델 400’ 완제품 모습.
두산이 연료전지 발전용으로 생산한 ‘퓨얼셀 모델 400’ 완제품 모습.
두산은 CSA 4개와 전기 설비 등을 결합해 440kW 전력을 생산하는 ‘퓨얼셀 모델 400’을 생산하고 있다. 컨테이너 크기의 이 연료전지발전시스템 1기면 약 4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투입된 연료의 90% 이상을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로 전환해주기 때문에 발전효율이 여느 발전보다 높다. 연료전지의 또 다른 매력은 연료를 태우는 과정이 없어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전에 필요한 공기를 대기 중에서 끌어 모아 필터링을 거치기 때문에 공기 정화효과도 크다. 1MW(메가와트) 연료전지시스템의 경우 성인 2300명의 호흡량에 해당하는 시간당 6556kg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공해 유발이 불가피했던 기존 발전 산업에 비하면 연료전지 발전은 필요한 에너지도 얻고 덤으로 지구까지 맑게 해주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김현주 두산 퓨얼셀 생산팀 과장은 “‘아빠가 지구를 지킨다’는 한 보일러 광고를 보고 아들들이 아빠는 어떤 일을 하느냐고 묻더라”며 “뿌듯한 마음으로 아빠도 지구를 지킨다고 답했다”며 웃었다.

○ 드론용 연료전지 앞세워 CES 진출

연료전지는 크게 차량용과 발전용으로 구분되는데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한국과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두산은 연료전지분야에서 지난해 1조2000억 원을 수주했고, 올해도 1조3600억 원 규모를 추가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료전지 발전은 시공이 단순하고 용량 증설이 쉬워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가운데 설치 면적이 가장 작고 기후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상진 두산 퓨얼셀 전략·해외사업본부장은 “앞으로 유럽과 중국 등으로 시장을 넓혀가려고 하고 있다”며 “유럽 일부 지역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운행 금지시기를 못 박은 것처럼 발전 부문도 이런 규제가 만들어지면 연료전지 시장이 획기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며 기대했다.

‘먼 미래’로만 보였던 연료전지 발전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실적도 쌓아가고 있다. 두산은 2016년 완공된 분당 남동발전 3단계 설비에 세계 최초로 복층형 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하면서 기존 방식에 비해 터를 4분의 1로 줄였다. 지난해 8월에는 충남 대산산업단지에 설립되는 50MW 규모의 세계 최초·최대 부생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에 납품 계약을 했다. 화학 공정의 부산물로 생기는 부생수소를 활용하는 발전소는 세계 각국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아직 1MW 실증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발전소를 내년에 실제로 완공하는 것이다.

연료전지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만드는 소형화된 모바일 연료전지다. 두산은 약 2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9월 드론용 수소연료 전지팩을 처음 선보였다. 수소 용기를 한 번 충전하면 2시간 비행이 가능해 30분 남짓한 기존 드론용 배터리의 비행시간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년에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참가를 선언한 두산은 이 같은 기술을 앞세울 계획이다.

올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동아일보 취재진을 만난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은 “드론 시장이 소비자용에서 산업용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드론용 연료전지를 활용하면 산업용 드론 영역에서 활용성이 훨씬 넓어질 수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해상풍력발전 실적 보유, 국내기업중 두산重 유일 ▼

제주에 10기… 해외진출 추진

수소와 더불어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이 떠오르는 가운데, 두산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상풍력발전 실적을 보유한 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2017년 11월 제주에서는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준공식이 개최됐다. 두산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3MW(메가와트)급 풍력발전기 10기를 제주 제주시 한경면 인근 해역에 설치해 30MW 규모의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 사업이다.

이 발전단지는 제주도민 2만4000여 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8만5000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2015년 착공에 들어가 30개월이 걸려 완공된 대공사에서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기의 생산과 시공을 담당했다. 이 풍력발전단지가 완성된 덕분에 국내 해상풍력 누적 설치량은 35MW로 늘어났고 한국은 세계 9위의 해상풍력 보유국이 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이른바 ‘3020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 기준 63.8GW(기가와트)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중 54.2GW를 풍력과 태양광으로 채운다는 계획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 16.5GW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정부가 계획한 풍력발전 16.5GW 중 약 13GW가 해상풍력으로 채워질 계획이어서 관련 사업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해상풍력발전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2017년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기술을 인수했다. 해당 모델의 시제품과 설계자료, 지식재산권 일체를 인수하며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풍력발전 시장에서 쌓은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풍력발전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5.5MW 모델은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56.5m를 기록했던 태풍 ‘차바’가 상륙했을 당시에도 정상 가동되며 안정적인 성능을 입증했다”며 “국내 유일의 해외 풍력사업 개발자인 한국전력과 협력해 대만 일본 등 태풍의 영향이 큰 국가의 풍력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산=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두산그룹#친환경 연료전지#신재생 에너지#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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