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진상’ 관광객 블랙리스트 검토…“얼굴 인식 장치로 출입 통제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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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관광객으로 골머리 앓는 당국, 블랙리스트 검토
얼굴 인식 장치로 출입 통제하고 점수 매겨 이동 제한하기도
일각에선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도

앞으로 ‘진상’ 관광객은 중국 베이징시의 공원을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자국민 관광객의 추태로 골머리를 앓아온 베이징시가 진상 관광객의 ‘블랙리스트’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8일 CNN 등에 따르면 베이징 관광당국은 ‘미개한(uncivilized)’ 방문객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관계자들은 “4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청명절 연휴기간에 자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관광객들의 추태도 크게 늘었다”며 “관광객들의 나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출입을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명절은 조상을 기리는 중국의 전통 명절로 이번 연휴에 자국 관광객이 1억1200만 명을 넘겨 지난해에 비해 10.9% 증가했다고 중국 관광청은 밝혔다. 베이징시에만 7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시 주변의 공원을 찾았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진상 관광객들이)공원의 나무를 오르거나 꽃과 식물을 훼손하고, 호수에서 낚시를 했다”며 “얼굴 인식 장치와 다른 감시 기술들을 사용해 이런 행동들을 막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천단공원은 이미 2017년에 화장지 절도를 막기 위해 화장실에 얼굴 인식 장치를 설치했다. 기계에 눈을 맞춘 후에야 1인 분의 휴지를 받을 수 있으며 휴지가 더 필요한 사람은 9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관계자들의 발표대로라면 이런 장치들이 베이징시 전체에 설치되는 셈이다.

블랙리스트 제도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국 관광청은 2016년에 20명의 ‘나쁜’ 전력이 있는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여행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670여 명으로 확대됐다. 이 중에는 비행기에서 난동을 피우거나 기차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이 포함됐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최대 12개월 동안 항공과 기차 이용이 제한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랙리스트의 확대가 중국을 더욱 전체주의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상 관광객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삶 전반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적 신용 시스템’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 ‘사회적 신용 시스템’은 신용 점수가 낮은 사람의 여행, 대출 신청, 사업 참여 등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4년부터 시행됐다. 사용기한이 만료된 티켓을 사용하거나 개의 목줄을 채우지 않아도 신용 점수가 깎여 국가가 개인의 생활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제 인권 비영리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는 이 같은 중국의 자국민 통제 시스템을 ‘디스토피아’로 규정하고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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