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고 엉뚱한 열아홉 조아연, 마지막날 뒤집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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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막전 롯데렌터카 女오픈… 19세 슈퍼루키 조아연 역전 우승
프로 2번째 대회 만에 정상 올라… “편하게 쳤죠” 눈물 대신 방긋방긋
우승 다툼 김민선 1m 퍼팅 놓쳐

조아연이 7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프로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한 ‘슈퍼 루키’ 조아연은 2008년 유소연의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 여자오픈 우승 이후 11년 만에 신인 선수 자격으로 국내 개막전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제공
조아연이 7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축하 물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프로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을 한 ‘슈퍼 루키’ 조아연은 2008년 유소연의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 여자오픈 우승 이후 11년 만에 신인 선수 자격으로 국내 개막전 우승을 차지했다. KLPGA 제공
‘말이 많고 활발하며, 아버지를 닮아 말재주가 좀 있는 것 같고, 말이 많아서 가끔 쓸데없는 소리도 하고, 좀 엉뚱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루키’ 조아연(19·볼빅)의 자기소개다. 그랬다. 2000년생 조아연은 남달랐다.

생애 첫 프로 대회 우승이란 걸 했다. 무대는 2019 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이었다. 대개의 경우 이렇게 우승한 선수들은 눈물을 터뜨린다. 첫 우승의 기쁨, 부모님과 코치에 대한 고마움, 그간 힘들었던 일 등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지막 18번홀에서 김민선(24)의 1m 버디 퍼팅이 빗나가며 우승이 확정된 순간, 조아연은 수줍은 듯 활짝 웃었다. 선배,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으면서도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현장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대고 소감을 물었다. 그는 방긋방긋 웃는 낯으로 “첫날은 좀 떨렸는데 부모님이 떨지 말라고 하고, 캐디 오빠도 ‘편안하게 치라’고 해서 안 떨고 쳤다. 아직도 내가 1등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라고 천진난만하게 답했다. 실력과 멘털(정신력)을 고루 갖춘 2019년의 ‘슈퍼 루키’의 탄생이었다.

조아연은 이미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4년 역대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지난해 9월 월드아마추어팀 챔피언십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KLPGA투어 정회원이 됐고, 시드전에서 수석으로 합격했다. 프로 데뷔전으로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챔피언십에서는 공동 6위에 올랐다. 그리고 프로 두 번째 대회 만에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신인 선수의 국내 개막전 우승은 2008년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28) 이후 11년 만이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 원.

3라운드 공동 선두 최혜진(20)과 김민선에게 3타 뒤진 공동 7위로 최종 4라운드를 시작한 조아연은 1번홀(파4)을 보기로 시작했지만 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다. 이후 18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최종 성적은 9언더파 279타다.

마지막까지 선두 다툼을 벌였던 김민선은 18번홀에서 1m 버디 퍼팅을 놓치며 연장전 돌입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1m도 채 되지 않는 파 퍼팅까지 실패해 공동 3위(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추락했다. 지난해 신인왕과 대상을 모두 차지했던 최혜진도 이날 3오버파로 부진하며 공동 9위(4언더파 284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lpga투어 국내 개막전#조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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