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임세원 비극 없게” 진료실 비상문-벨 의무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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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있는 모든 병원에 적용… 경찰과 연계 긴급출동체계 갖추고
의료기관 내 폭행 가중처벌하기로… 의협 “실질적 지원책 빠져 아쉽다”

앞으로 대형 병원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하는 모든 의료기관에는 비상벨과 비상문이 설치되고 보안인력이 배치된다. 지난해 12월 말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일부 대형 병원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비상벨과 비상문, 보안인력을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과 진료를 하는 모든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했다. 현재 비상벨과 보안인력을 둔 병원은 각각 39.7%, 32.8%에 불과하다.

이번에 나온 방안은 대형 병원과 정신과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에서 폭행사건이 빈발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2016∼2018년 3년간 병원 10곳 중 1곳(11.8%) 이상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300병상 이상 대형 병원의 폭행발생률은 39%로 3배 이상으로 높았다. 정신과가 있는 병원의 폭행발생률도 37.7%에 달했다.

복지부는 보안설비와 인력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올해 안에 개정할 계획이다. 비상벨을 누르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순찰차가 즉시 출동하는 ‘긴급출동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또 경찰청이 직접 의료기관 내 보안인력 교육을 실시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보안인력의 대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보안설비와 보안인력 의무화에 따라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비용의 일부는 복지부가 수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비상벨 설치비는 30만 원, 연간 유지비는 300만 원이 든다. 보안인력 1명을 배치하려면 연간 2000만∼3300만 원이 필요하다.

또 이르면 올해 상반기(1∼6월)부터 의료기관 내 폭행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에서 폭행을 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앞으로 상해 이상의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가중 처벌된다. 의료기관 내 폭행인 경우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라도 처벌받게 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복지부는 병원에서 퇴원한 정신질환자를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계속 치료하도록 지원하고, 정신질환자가 주간에만 짧게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는 ‘낮 병원’을 2022년까지 현재의 2배로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의료기관 내 폭행발생률(11.8%)을 2022년까지 6%로 낮출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진료실 안전은 의료진 및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정부 대책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보안설비와 인력 확충에 따른 비용 외에도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지원책은 빠져 있어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임세원#의료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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