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교육부 피소 364건…처분 늦어져 학교현장 혼란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4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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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중인 소송 56건…이사회 관련 상고 多
사학, 징계 피하려 가처분·소송 제기해 버텨
각종 정책·징벌적 인사에 대한 반발도 상당

교육부가 지난 5년간 총 364건의 소송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가 감사 결과 징계나 이사 승인 취소 처분에 불복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정·비위로 인해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거나,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성적표를 받아들고도 일단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뉴시스가 4일 교육부로부터 입수한 2014~2018년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 현황에 따르면 2014년 81건, 2015년 69건, 2016년 88건, 2017년 50건, 2018년 76건이다.

아직 한 차례도 판결이 나지 않았거나 상고심이 진행 중인 소송은 총 56건이다. 연도별로 ▲2014년 1건 ▲2015년 3건 ▲2016년 6건 ▲2017년 13건 ▲2018년 33건이다.

교육부가 가장 오랫동안 끌어 안고 온 소송은 지난 2014년 교과서 출판사에 내린 검·인정 교과서 가격조정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이다.

교육부는 당시 출판사들이 설정한 교과서 가격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가격조정명령을 내렸으나 출판사들은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건건이 법적공방을 벌였으며,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이전의 가격조정명령을 모두 취소하도록 해 사실상 교육부가 패소했다. 아직 가격조정명령 관련 소송 7건은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대법 판결에 따라 교육부는 교육청과 협의한 후 출판사들과 가격 협상을 할 예정이다.

가처분신청·행정소송 사건명을 살펴보면 사립학교 관계자가 교육부 감사·평가결과에 따라 내린 행정처분을 집행정지 또는 취소해달라는 청구가 대부분이다. 이 중 사립대학교가 교육부 감사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과 심판은 2017년 6건, 2018년 13건이며, 올해는 1분기가 지난 4일 현재까지 6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인하대학교 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편입학이 부정하다며 입학과 학사학위를 취소하도록 통보하자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에 실태조사 통보처분 및 시정요구사항 처분이 부당하다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아직 1심 판결이 나지 않았다.

교육부 최기수 사학감사담당관은 “일부 사학이 유명 법무법인(로펌)을 선정해 끝까지 버티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경우 행정심판은 수개월, 행정소송은 1년여가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육기관에 대한 모집정지 또는 정원감축, 정원 동결 처분에 대한 반발도 있다. 2015년과 지난해 실시한 1·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대학구조개혁평가)평가, 교대·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 결과 하위 대학들이 정원을 감축하도록 처분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2건은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이 나 종료됐지만 아직 정원감축 4건과 모집정지 소송 1건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지난 2017년 학생정원 동결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은 1심에서 원고가 패했으나 지난해 10월 상고해 재판부에 계류 중이다.

사립학교 운영상 분쟁이 일어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 이사 선임에 대한 불만도 꾸준히 소송으로 제기됐다. 관선이사를 파견하거나 정이사·개방이사를 선임한 데 대해 불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2심 이상 상고를 거듭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지대 전 총장인 김문기씨가 지난해 8월 제기한 이사선임 취소 소송도 아직 판결이 나지는 않았다. 지난달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5년만에 정이사 5명 등 정상화 결정을 받은 대구대학교 영광학원의 옛 이사진들은 반발해 교육부가 새 이사 승인을 밀어붙일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맞불을 놓은 상태다.

견책·강등부터 파면까지 징벌적 인사 처분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도 일부 눈에 띈다.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 당했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 2016년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공주대 총장 1순위 후보자가 제기한 임용제청거부 처분 취소에 대한 행정소송도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0월 국가를 대상으로 대학교 입학금 반환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입학금 정책이 바뀌며 대부분 소를 취하했지만 아직 1건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교육과정 외에서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교육당국을 대상으로 제기한 각종 송사로 인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징계 등 처분이 집행정지되기 때문에 소송기간이 길어질 경우 교육현장에서 혼란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감사 처분을 받은 두원공과대학교의 경우 잡음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 대학 한 교수는 “임원취임승인취소에 대한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서 지금까지 학교가 정상화되지 못했으며, 오히려 징계 당사자들이 여전히 주요보직을 맡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뿐 아니라 각 시·도 교육청도 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태 이후 직권남용 고발 또는 소송이 제기돼, 유치원과 초·중·고 정책이 곳곳에서 갈등과 혼란에 쌓여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는 2주기 자율형사립고 재지정평가를 앞두고 자사고 측에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고입 시기가 달랐던 자사고와 일반고 입학시기를 통일한 교육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소원도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학교내 성폭력 ‘스쿨미투’로 인한 인사조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도 더 잦은 송사를 유발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김용석 이사장은 “사학이 교육부에 소송을 걸 경우 교육부가 아무 조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비위를 저지른 임원은 즉각 취임승인을 취소하고, 심각할 경우 전체를 관선이사로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현행 사립학교법이 전면 개정돼야 지금과 같은 혼란을 줄이고 학교 구성원들이 교육과 연구 등에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한 간부는 “교육부 내에도 학교내 성폭력 ‘스쿨미투’ 관련, 또 각종 사립교육기관 감사 결과에 대한 법적 반격을 꾸준히 받는 만큼 소송업무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들을 채용하고 자문을 받아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송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변호사 인력도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을 넘어 전면개정 논의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비리를 저지른 임원 또는 교사에 대한 징계 실효성을 높이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이미 국회에서 통과됐거나 논의 중이다. 오는 5일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사립학교법 개정 방향을 모으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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