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靑내정인사 환경공단 임원 공모서 떨어지자 환경부, 서류합격자 모두 탈락시켜달라 요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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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추천위에 부탁 정황 확보

청와대 내정 인사가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 공모에서 탈락하자 환경부가 임원추천위원장에게 서류합격자를 모두 탈락시켜 달라고 부탁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지난해 7월 한국환경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의 당연직 비상임이사였던 환경부 황모 국장이 추천위원장이었던 A 교수를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청와대 내정 인사였던 박모 씨가 환경공단 상임감사 공모에서 떨어진 직후였다.

황 국장은 A 교수에게 “서류심사 합격자들을 추후 심사 과정에서 전부 탈락시켜 주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앞서 황 국장이 전화로 부탁을 해도 설득이 되지 않자 A 교수를 직접 만나서 사정을 설명한 것이다.

황 국장은 다른 추천위 민간위원들에게도 일일이 연락해 같은 부탁을 했다. 당시 추천위 민간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왜 서류합격자 전원을 탈락시켜야 하는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추천위는 환경공단 상임감사 서류심사 합격자 7명의 면접을 본 당일인 지난해 7월 13일 바로 ‘적격자 없음’으로 전원 탈락시켰다. 검찰은 이 과정을 환경부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이 협의했다는 관계자들의 진술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거쳐 합격한 후보자들을 청와대와 환경부가 공모해 고의로 탈락시킨 것은 적극적으로 공모 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환경경제정책관이던 황 국장은 지난해 8월 인천에 있는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으로 좌천성 인사 발령이 났다. 환경부에서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자원활용부장은 국장 1년 차가 가는 보직이다. 2014년 4월 국장으로 승진한 황 국장은 당시 국장 5년 차였는데, 청와대 내정 인사의 서류심사 탈락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전날 건강상 이유로 5시간 동안만 조사를 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을 다시 불러 네 번째 피의자 신문 조서를 받을 예정이다. 변호사 선임을 마친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52)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 위해 검찰은 변호인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호경·김동혁 기자
#검찰#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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