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 규제의 역설…증여·상속 현금부자 놀이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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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2일 06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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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무시한 실수요자 대출규제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있으나 마나 정책대출도 불만…“소득 수준 현실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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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무주택자와 교체 수요 1주택자의 금융규제를 조정대상지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해지고 있다.

거래절벽에 따른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엔 무주택자들은 대출 규제로 매매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데 일부 현금 부자들은 시쳇말로 줍줍(줍고 줍는다)하면서 주택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대출규제로 중도금 마련이 벅찬 상황이 되자 발생한 부적격자·미달 물량이 풀린 잔여 세대 분양이 현금 부자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잔여 세대는 청약통장 및 가점 유무, 거주지역, 주택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계약할 수 있다. 재당첨 제한도 없다.

2일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각각 60%, 50%다.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에선 40%까지 떨어진다. 서민 실수요자들은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LTV, DTI를 각각 5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부부 합산 연 소득 6000만원(생애 최초 내 집 마련 시 7000만원)이하여야 하고,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짜리만 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출 규제로 주택 매매 문턱이 예전보다 높아졌다”며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와 서민 주택거래에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토연구원은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이주를 위한 대출에 대해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도 현재(실수요자 LTV 50%)보다 주택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공유형 모기지 등 정책대출은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투기지역인 서울에서도 집값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2%대로 싼 디딤돌대출은 미혼 세대주라면 서울에서 이 상품을 이용해 아파트를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가격은 6억원이 넘는다. 무주택 부부는 집값 5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대출을 받지만, 미혼 단독세대주(만 30세 이상)는 3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한도 역시 무주택 부부 2억원인데 반해 1억5000만원으로 적다.

대출한도가 3억원으로 가장 많은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민 실수요자 자격을 인정받으려면 5억원 이하 주택을 골라야 한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LTV와 DTI 규제 강화로 이전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며 “소득이 낮으면 그만큼 상환능력도 떨어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적용하면 저소득층이나 구직자들, 소득이 적은 서민들의 은행 문턱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주택 교체 수요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조차 금융 규제로 곳곳에서 사업 추진이 삐걱거리고 있다. 이주비 대출은 자산평가액 대비 대출가능액이 기존 60%에서 40%로 줄었는데 조합이 나머지 20%를 조달하지 못하면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결국 이주비 대출 문제로 거주 조합원들의 이주
가 사실상 막히면서 꼬이는 것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LTV, DTI를 조정대상지역 수준인 60%, 50%로 완화해 교체 수요 1주택자나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도와줘야 한다”며 “조정대상지역의 소득 요건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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