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고싶어…” 서울 특성화고 → 일반고 전학 작년 777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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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특성화고의 5.3배… 취업률 하락-쉬운 전학 허가 영향
특성화고 기피현상 심해져

“대학 가고 싶단 아이들을 막을 수도 없고….”

서울 시내 한 특성화고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조모 씨(57)는 한숨을 쉬었다. 이 학교에서는 매년 1학년 2학기가 되면 한 학년에 10명 정도가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위해 일반고로 전학을 신청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로변경 전입학 제도를 통해 지난해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간 학생이 777명이었다고 31일 밝혔다. 진로변경 전입학은 학생의 소질과 적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진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특성화고와 일반고 간 전입학을 허가하는 제도로 2014년 2학기부터 도입됐다.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간 학생은 2015학년도 615명, 2016학년도 710명, 2017학년도 947년으로 2017학년도까지 점차 증가하다가 지난해 약간 줄어들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서울 시내 특성화고 70곳의 학교당 평균 학생 수가 62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1곳 이상의 특성화고가 일반고로 바뀌는 셈이다. 반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 간 학생은 지난해 145명에 불과했다.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간 학생의 5분의 1 수준이다. 서울 시내 일반고는 188곳이다.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유턴’하는 학생이 많은 이유로는 ‘대입’이 꼽혔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일반고에 진학해 대학을 가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전학이 쉬운 점도 전학을 부추기고 있다. 진로변경 전입학 제도를 활용하면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별도의 심사 없이 교육감의 배정에 따라 전학을 갈 수 있다. 반면 일반고에서 특성화고로 전학 가기 위해서는 학교장 심사를 거쳐야 한다. 내신 성적이 나빠 일반고에 바로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 봉사시간과 학업계획을 보는 ‘미래인재특별전형’으로 특성화고에 일단 진학한 뒤 진로 변경으로 일반고로 전학을 가기도 한다.

특성화고의 장점으로 꼽혔던 취업률이 예전 같지 않은 점도 특성화고 기피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특성화고 평균 취업률은 65.1%로 2017년(74.9%)보다 약 10%포인트 떨어졌다. 2015년부터 서울에서도 신입생이 미달되는 특성화고가 나오자 특성화고 간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특성화고#일반고#취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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