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가려낼 10가지 체크리스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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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년맞이 기획 가짜뉴스와의 전쟁]
<上>정교해지는 ‘딥페이크’의 시대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언론사-기자-작성일’부터 체크를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뒤섞이고 거짓이 진실을 가리는 ‘탈(脫)진실’의 시대가 왔다. 세계 곳곳에선 가짜뉴스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전통 미디어와 정부, 연구단체가 손잡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아일보는 창간 99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와 함께 최근 국내에서 유통된 가짜뉴스 101건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짜뉴스는 △언론사명과 기자 이름이 부정확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전문가나 참고 자료가 인용되며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의 특징이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바른ICT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뉴스 소비자들이 올바른 ‘팩트 체커(fact checker)’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2016년 대통령선거 시기부터 가짜뉴스의 폐해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미국과 유럽은 뉴욕타임스와 같이 팩트 체크 경험과 취재력을 보유한 전통 미디어기업을 중심으로 팩트 체크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뉴스 소비자들이 가짜뉴스의 또 다른 유포자가 되지 않도록, 언론사들이 나서 소비자 스스로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매체 이해력)’ 교육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10일 총 157명을 태운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이륙 6분 만에 추락했다. 사건 이후 유튜브에는 ‘에티오피아항공 추락 영상’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도로에서 달리던 차가 추락하는 비행기를 찍은 영상, 항공기 기내에서 충격에 빠진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는 영상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곧 이 영상들은 ‘가짜뉴스’인 것으로 판명 났다. 추락하는 비행기 영상은 몇 년 전 미군 군용기가 추락한 영상으로 드러났다.

요즘 유튜브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최근 유튜브 댓글 창에는 “악성 가짜뉴스 신고해서 유튜브 수익을 끊읍시다”라는 글이 끊임없이 공유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성향의 정치 콘텐츠를 담은 유튜브 방송 리스트가 공유되며 서로 상대 진영의 유튜브에 있는 ‘신고하기’ 버튼을 눌러 방송을 차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꾼들이 보수 성향의 유튜브 방송 댓글에 ‘가짜뉴스’라고 댓글을 달거나 반대로 진보 성향의 방송에 몰려가 ‘신고하기’ 버튼을 조직적으로 누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가짜뉴스를 차단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의도를 담아 만든 가짜뉴스가 텍스트와 동영상으로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 인공지능(AI)과 딥러닝, 로봇 저널리즘과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가짜뉴스는 무서울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창간 99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소장 김범수 교수)와 함께 뉴스 소비자들이 참고할 만한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 딥페이크의 시대 진화하는 가짜뉴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김아랑 선수가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4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담은 카드뉴스가 전달됐다. 중간계측 기록과 메달 현황이 담긴 뉴스는 마지막에 ‘김아랑 선수,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사는 ‘로봇’이었다. 즉,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팩트를 모아 작성한 기사다.

2015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 연구팀은 로봇이 작성하는 텍스트 형식의 스포츠 기사로 주목을 받았다. 약 4년이 흐른 지금 로봇 기자는 더 정교해졌다. 최근 미국의 비영리 AI 연구기관 ‘오픈AI’는 새로 개발한 글쓰기 AI 시스템 ‘GPT-2’가 쓴 가짜기사를 보고 기겁을 했다. ‘핵물질을 실은 기차가 미국 신시내티에서 도난당했다’는 기사가 너무나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쓰여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가짜뉴스로 사회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고심 끝에 AI 글쓰기 시스템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딥페이크’로 불리는 동영상 분야의 가짜뉴스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표정과 말투를 본뜬 가짜영상이 등장했으며, 중국에서는 사람과 똑같은 AI 앵커가 등장해 언론 조작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작성자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가짜뉴스’가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인 ‘로봇 저널리즘’을 만나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2017년 다우존스가 ‘구글이 애플을 9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오보를 내보낸 것이 단적인 예다. 분초를 다퉈 돌아가는 주식시장은 이 뉴스에 즉각 반응해 당시 애플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우존스는 즉각 ‘기술적 오류’라며 사과하고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서울대 이준환 교수는 “데이터의 오류는 바로잡을 수 있지만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가짜뉴스는 더 큰 문제를 만들 수 있다”며 “로봇이 만드는 뉴스는 기사의 양이나 확산되는 속도 면에서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뉴스 수용자가 스스로 팩트체커 돼야”

동아일보는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와 함께 국내외 가짜뉴스 유형을 분석해 10개의 ‘가짜뉴스 체크리스트’를 제작했다. 김범수 소장은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뉴스 소비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가짜뉴스 중심에는 뉴스를 전달받은 사람 역시 무차별적 유포의 고리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선 언론사명, 기자 이름, 작성일이 명확한지 확인해야 한다.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가 실체를 알 수 있는 인물인지도 검증해야 한다. 2016년 11월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영국과 일본의 저명한 정치학자들, 비정상적인 탄핵운동 지적’이라는 기사는 마치 기사 내용을 옮겨온 듯한 제목과 글의 작성 시기가 나와 있었지만 합성된 가짜뉴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글 속에 등장하는 정치학자 이름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게임과 애니메이션 속 허구의 인물들이었다. 앱마켓에서는 이 같은 가짜트윗이나 가짜뉴스를 합성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허위정보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믿을 만한 언론사에서 제공된 기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존재하는 언론사인지 확인하고 한국ABC협회 등 신문과 잡지, 웹사이트의 매체량을 나타내는 공신력 있는 사이트를 통해 교차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유포된 루머는 △불확실하고 애매한 표현 △오타와 어색한 문장 △‘이유를 불문하고 공유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뉴스의 형태를 모방한 가짜뉴스는 어색한 레이아웃과 오타, 어색한 문장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글은 메신저앱을 통해 자주 유통되는 ‘휴대전화 요금할인 20%’ 글이나 ‘오늘부터 시행되는 교통법규입니다’와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특정 집단이 의도를 가지고 유통시키는 기사는 기사의 진위와 관계없이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공유 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반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기사인지도 살펴야 한다. 다우존스의 ‘구글, 애플 인수’ 기사의 경우 ‘90억 달러’라는 인수금액이 애플의 실제 시가총액(현재 기준 약 8000억 달러)에 비해 터무니없어 금세 오류로 드러난 사례다. 이 밖에도 △기사 제목이 자극적인지 △특정 집단의 입장만 편파적으로 옹호하는지 등을 살펴보면 가짜뉴스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조사를 진행한 바른ICT연구소 김보라 교수는 “내 생각과 일치하는 뉴스 기사만 보다 보면 자기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가짜뉴스에 취약한 뉴스 소비자가 되기 쉽다”며 “평소에 정보의 교차 검증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정보를 습득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커지는 전통 언론의 팩트체크 역할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취재 인력과 사실 검증 노하우를 보유한 전통 언론이 신속하고 정확하게 팩트를 검증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 수용자들은 사설 정보지, 오보, 칼럼까지 가짜뉴스로 인식하는 만큼 기존 언론이 사실과 거짓 정보를 정확히 바로잡아 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취재의 능력, 분석에 있어서 숙련된 기자들이 많은 기성 언론은 뉴미디어 시대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저널리즘 훈련을 받은 기성 언론이 팩트체크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수용자들의 정보 접근권이 강화하는 현실에서 전통 언론이 나서서 정보를 공개하고 독자들과 투명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사에서 활용한 근거 자료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면 독자들과 더욱 잘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신규진 기자
#가짜뉴스#딥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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