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부-군수업체 ‘핵 포기 말라’… 김정은에 청원 편지 수천통 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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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최선희, 지난 15일 평양회견서… 비핵화 관련 강경파 반발 공개
“스냅백 전제 대북제재 완화案… 트럼프, 하노이서 제안” 주장도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AP/뉴시스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양=AP/뉴시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군부와 군수업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고 한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최고지도자가 내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음을 강조한 말이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지연하거나 도발을 감행할 경우 그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공개된 최 부상의 당시 회견 발언문에 따르면 최 부상은 “사실 우리 인민들, 특히 군부와 군수공업 부문은 우리가 절대로 핵을 포기하면 안 된다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 수천 통의 청원 편지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최고지도자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건 매우 이례적이고 드문 내용”이라고 말했다.

핵·미사일과 직접 연관된 군부와 군수업체들을 내세워 언급한 것을 ‘좋지 않은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고,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 군부 등이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 경쟁의 일환으로 도발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12년 2월 29일 북한이 미국과 핵실험 및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약속한 2·29합의에 서명을 한 지 2개월 만에 인공위성을 발사했던 전례도 있다. 앤드레이 에이브러해미언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연구원은 ‘서바이벌’지 최근호에 게재한 ‘북한의 제한적 합리성(North Korea‘s Bounded Rationality)’이라는 논문에서 “북한 외교부는 미국과 성실하게 협상에 임했으나 호전적인 군부가 외교부를 손상시키기 위해 발사를 강행했다”고 분석했다.

최 부상의 회견 발언문을 살펴보면 북한의 아전인수식 상황 이해가 드러난다. 당시 외신 보도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냅백(snapback·제재를 해제했다가 향후 도발 시 복원하는 것)’ 조항 제안 대목이 대표적이다. 마치 회담 초반부터 북-미가 대등하게 주고받은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실제는 북한이 막판까지 제재 완화에 매달렸다는 게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군부#군수업체#핵#평양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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